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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알리러 간다, 바닷길 2만300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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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고승 혜초(慧超·704∼780)는 신라 계림에서 태어나 성덕왕 18년(719), 열여섯 살에 당나라로 갔다. 중국 땅을 밟은 그는 광저우에서 인도 남천축국의 밀교승 금강지를 만나 인도 밀교를 접한다. 혜초는 금강지를 스승으로 모시고 가르침을 받았다. 그리고 723년 금강지의 권유로 스승이 떠나 온 바닷길을 이용해 천축국으로 구법의 길을 떠난다. 광저우에서 배를 이용해 하이난 섬을 지나 베트남·말레이반도·벵골만을 거쳐 인도로 들어간 혜초는 갠지스 강에 이른다. 물론 그가 간 길은 여전히 추정이지만 유력한 학설이다. 혜초는 727년까지 4년 동안 수행자로 천축국 다섯 나라와 중앙아시아는 물론 아랍까지 순례한 뒤 당나라 장안으로 돌아온다. 그 기록이 『왕오천축국전』이란 여행기다. 혜초는 한민족 최초의 세계인이었던 것이다.

 경북도가 오는 9월 16일 혜초가 간 바닷길을 1300년 만에 다시 따라가는 ‘해양실크로드 탐험대’를 운영한다.

 경북도 김남일 문화관광체육국장은 24일 “탐험대원이 선발돼 현재 사전 교육과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 중”이라고 밝혔다. 해양실크로드 탐험을 통해 방문 국가와 문화를 교류하고 한류를 전파하는 한편 투자 유치 활동 등을 벌이기 위해서다. 또 신라의 후예가 다시 해양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탐험은 지난해 경주에서 출발해 터키 이스탄불까지 가는 육로 실크로드에 이은 해로 실크로드 여정이다. 탐험대 200명은 한국해양대 실습선인 한바다호(6600t)를 이용해 10월 30일까지 45일간 9개국 10개 항구에 들른다. 탐험대원은 선발된 20명과 해양대 실습생 180명으로 구성됐다. 선발된 20명은 경북대 등 10개 대학 출신 청년탐험대원 12명과 역사·문화·해양 전문가 등이다.

 선발 탐험대원 20명은 지난 11일 경주 통일전을 찾아 분향한 뒤 탐험대의 출정 성공을 다짐했다. 탐험대 오리엔테이션과 문명교류연구소 정수일 소장의 특강도 들었다. 이들은 21일부터 다시 닷새 동안 퇴선 등 강도 높은 비상 대응훈련을 받고 있다.

 탐험 구간은 포항 영일만항을 출발해 중국 광저우∼베트남 다낭∼인도네시아 자카르타∼말레이시아 말라카∼미얀마 양곤∼인도 콜카타∼스리랑카 콜롬보∼오만 무스카트∼이란 반다르압바스 등지를 거친다. 해로와 육로를 합쳐 장장 2만2958㎞에 이른다. 탐험대는 인도 콜카타와 이란 반다르압바스에서는 육로를 따라 혜초의 길을 찾아나선다. 혜초가 실크로드 해로를 연 이후 장보고는 실크로드의 동쪽 끝을 한반도까지 확장시켜 일본까지 무역선을 오가며 해상무역을 장악한다. 탐험대의 최종 목적지는 경북도가 지난해 실크로드 탐험을 하면서 우호협력비를 세운 이란 이스파한이다.

 해양실크로드팀을 이끌게 될 김웅서(56·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탐험대장은 “해양 강국이라야 진정한 강국”이라며 “대원들은 해양에서 호연지기를 기르며 태극기를 달고 우리 문화를 알리는 홍보대사의 역할을 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탐험은 해양실크로드의 동쪽 끝이 중국 광저우가 아닌 장보고가 일본까지 무역선을 오간 한반도였음을 세계에 선포하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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