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못이겨 혀깨물어 죽으려했다"|악몽의 45시간…풀려난 노조지부장 부인 김순이씨|밤에는 찬물뒤집어씌워 추위·공포더해|환타권하던 젊은광부 동료에 뭇매맞아|나같은 희생자없게 노사문제 성심껏 처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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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광부들에게 끌려가 치욕적인 사형을 당한뒤 45시간만에 풀려난 노조지부장부인 김순이씨(46)는 25일 원주기독병원중환자실에서 악몽의 시간을 되뇌었다. 김씨는 24일상오 사북읍에 있는 동원보건원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이날하오 원주기독병원으로 후송됐다.
김씨는 이날하오 서울에서 달려온 장남 종운씨(26·방위병)를 만났다.
모자는 손을 잡고 마냥 울기만 했다.
김씨는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어야겠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21일 탄광사태가 심각해지자 바로 옆집(정반장집)으로 피신해 기회를 봐서 탄광을 떠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22일 상오 성난 광부들이 김씨집에 몰려와 가재도구를 마구 부수면서 김씨를 찾았다.
누군가 『노조지부장 부인이 정반장집에 숨었다』고 큰소리로 외치자 10여명의 광부들이 정씨집을 덮쳤다.
광부들은 김씨를 숨겨준 정씨를 때려 실신시킨뒤 침대밑에 숨어 있던 김씨를 찾아내 머리채를 잡아 끌어냈다. 광부들은 김씨를 노조사무실로 끌고가 「나일론」끈으로 손·몸을 묶어놓고 심한 매질을 했다. 『내가 무슨 죄가 있느냐』고 했으나 막무가내였다.
감금 첫날에는 여러차례 정신을 잃기도했다. 이튿날 옷을 벗기고 사무실앞게시판에 묶였다가 하오7시쯤 다시 사무실로 끌려갔다. 『온통 남자뿐인데 옷이벗겨져 혀를 깨물고 자결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어제까지도 같이 일했던 남편의 동료들에게 이런 꼴을 당하는구나하고 생각하니 슬픔이 북받쳐 올랐옵니다. 여자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처절한 고통이었어요. 혀를 몇번이나 깨물었지만 뜻대로 안됐읍니다.』 22일에는 광부들도 감정이 누그러져 젊은 광부가 「환타」 한병을 사다주며 『아주머니, 이것이라도 마시세요』하면서 권했다. 그리자 옆에있던 동료광부 3∼4명이 『너도 똑같은 놈』이라면서 젊은 광부를폭행, 젊은 광부도 중상을 입었다고했다.
『감금돼 있는동안 식사때마다 밥한그릇·물한그릇·국한그릇을 갖다주었으나 먹을 기력이 없어 물만 마셨어요.』
광부들은 처음엔 잠도 못자게하다가 23일밤에는 농성장에 피워둔 모닥물앞 의자에 앉히고 『잠을 자라』고해 잠깐 눈을 붙였으나 24일 새벽4시 넋이 나간 상태에서 교회종소리를 듣고 깨어났을때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고했다.
어떤광부는 밤이되자 개울에서 찬물을 길어다 김씨에게 덮어 씌워 추위와 공포에 줄곧 떨었다.
김씨는 어쨌든 이런 일이 빚어진데 대해 남편을 대신해서 사죄한다며 『아빠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아들 종운씨는 이번기회에 업주들도 반성, 이런 비극이 생기지않게 노사문제를 성심껏 처리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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