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집정부제」는 아이디어에 불과"|신 총리가 밝힌 최근 정국에 관한 소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다음은 신 총리와 기자들간의 일문일답 내용.
▲「3∼4월 대통령 선거 실시, 5∼6월 국회의원 선거 실시」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그 보도의「소스」(취재원)가 어딘지 모르겠다. 이미 밝힌 정치일정대로라면 그대로 될지도 모르고 좀 차이가 날지도 모른다. 정치를 행동처럼 시간표를 짜서 발표한 적이 지난3O년 동안 있었는가. 이만한 일정이면 충분하다.
▲정부헌법개정심의위의 개헌작업일정에 대해=5월초에 대체토론를 끝내 6월초까지 1개월 동안 공청회를 열고 한달 내지 40여일 동안 요강을 작성한 뒤 요강에 대한 심의위의 논의→ 성문화→심의위의 성문 토론 결정→국무회의 의결→대통령 재가→국민투표 공고 등의 순서로 진행할 것이다. 이 과정을 당초 약속대로 올해 안에 매듭지을 계획이며 가능하면 단축할 수도 있겠으나 더 늦추지는 않겠다.
▲정부가 이원집정부제의 권력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떤가=이원집정부제는 모르는 얘기다. 국가의 계속성을 수호하지 위해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을 총리에게 분산하자는 것은 한가지「아이디어」에 불과하다. 유신 전의 헌법이 절충형이 아닌 것이 어디였는가. 절충 의도가 문제다. 많이 섞을 수도 있고 적게 섞을 수도 있다.
▲정부측의 개헌 방향을 언제쯤 밝히겠는가=국무총리가 개헌심의위 의장이고 국무위원들도 심의위원으로 있으니 만큼 장부의 견해를 말해야 될 단계가 오면 심의위에서 얘기하고 논의할 것이다.
▲신 총리를 정점으로 한 「신당」설은 근거가 있는가=그 소문이 떠돈 이유를 나도 모르겠다. 내가 그것을 알면 해결하지. 여러분이 중앙청 바로 아래층에 있으니 1주일이고 열흘이고 보면 알 것 아닌가. 나의 24시간으로는 그런 것을 연구해 볼 여유가 없다.
▲「뉴욕·타임스」지 회견에서 언급한 긴급권에 대해=어느 나라 헌법에도 긴급권 조항이 없는 나라가 없다.
다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정부의 헌법연구반에서 대통령 직선의 문제점과 과열 방지책을 집중 연구해 일부에서는 간선을 검토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역대 선거에서 겪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직선에서 오는 폐단을 줄이는 장치를 찾아보자는 것이지, 간선을 할 명분을 찾자는 것이 아니다.
▲비상계엄은 사실상 언론규제이외에는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계엄 자체가 사회 불안 요인을 제공한다고 보지 않는가=계엄 때문에 사회가 시끄러워진다고 볼 수 없다.. 계엄을 다른 목적에 이용한다고 할 때 민중이 항거할 명분이 있겠지만 지금 3천7백만 국민 가운데는 어느 누구도 계엄을 다른 목적에 이용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 않다고 본다. 사실상으로도 다른 목적에 이용하지 않고 있다.
언론 규제도 필요 불가결한 부분 이외에는 될 수 있는 대로 안 하는 것이 좋다.
▲비상 계엄령은 언제쯤 풀겠는가=사회가 이만하면 안정될 수 있다는 판만이 설 때 해제할 것이다.
경찰력은 평상시의 질서 유지 기준으로도 부족하기 때문에 현 상황 하에선 계엄을 풀기가 어렵다고 보며 질서가 회복되면 빠른 시일 안에 해제할 것이다.
▲전두환 국군보안사령관의 중앙정보부강서리겸임발령에 국민들은 「쇼크」를 받은 것 같은데 이에 대한 견해는=중앙정보부가 안보 문제와 남북 대화, 그리고 세계적인 정세 속에서 얼마만큼 중요한 역할을 해 왔는지 잘 알 것이다.
「10·26」사태가 중앙정보부에서 일어나 비난과 의혹이 집중돼 그 기능은 날이 갈수록 위축되고 사기가 죽었으며 기강이 해이해졌다.
그동안 국군보안사에서 중정을 사실상 관리해 왔고 엉거주춤한 상태보다는 전 사령관이 겸임해서 기능을 살려 보자는 조치였다.
우선 기능을 올바로 잡는데 다른 적임자가 있느냐. 이 문제로 크게「쇼크」를 받을 일이 못된다.
▲현행법으로와 중정부장이 타직을 겸직할 수 없다는 견해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탈법으로 생각지 않는다. 법이란 형식적으로만 해석되는 것이 아니다. 범위가 넓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군인은 현역을 필한 후에야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이 될 수 있다」는 헌법 규정에도 불구, 현역군 인이 국무총리서리나 내무·국방부장관서리도 될 수 있는 것인가=경우가 다르다. 그때서 법은 해석이 필요한 것이 아니겠느냐.
▲세상에서는 「안개 정국」이라고 하는데 앞으로의 정국을 어떻게 전망하는가=나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걱정이다. 학원 사태, 사북탄광 난동 사건, 노사문제 등 많은 불안 요인들에 대해 나도 걱정하고 있다.
세태가 바뀌었다고 해서 전부 흐트러지니 문제가 생긴다.
유언비어에 신경쓰지 말고 국민 각자가 자기 일에 전념하면 문제없다. 정부도 안보· 경제 안정· 질서 유지에 전념하겠다.
▲사북 탄전지대 난동 사건에 대해=사북의 경우는 폭동·난동이지 일반 기업체의 노사문제와 성격이 다르다고 본다. 일부에서는 현 사태에 대해 너무 느슨하게 대처한다는 얘기를 하는데 요새화되어 있는 현지의 지형과 도시 구조 등으로 사상자가 많이 생길 것 같아 강력한 방법을 쓰지 않고 대화를 모색한 것이다.
▲학원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가=더 이상 크게 번질 이유가 없다. 악화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될 수있는 대로 빨리 진정해서 해결됐으면 한다.
▲「컬러」TV 방영 시기에 대해=결국 방기 문제다. 가까운 장래에 방영할 단계에 와 있다고 본다.「컬러」TV대체 「러시」와 낭비 풍조가 일어나자 않도록 4∼5년의 기간을 두고 인기 없는「프로그램」부터 순차적으로 「컬러」로 방영해야 할 것이다. 「컬러」 TV「세트」 시판은 「컬러」 방영을 전제로 해야 한다.
▲국회개헌특위 출석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배경 설명을 해 줄 수 없는가=지난 22일 아침 김택수 위원장이 삼청동 공관으로 찾아와서 간사회의에 앞서 의견을 들어보자고 했다.
개헌주도 문제와 이완집정부제에 대해 해명해 주어야겠다는 의견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기회 있을 때마다 설명했고 국내 신문에 잘 보도가 됐는데 또 나가서 해명할 필요가 뭐 있느냐고 설득한 뒤 간사회의에 잘 반영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고 나서 어제부터 갑자기 난리다. 국회측이 오해가 많아 너무 흥분한 것 같다. 오늘 하오에야 중앙청집무실로 찾아와서 「그러지 말고 나와 달라」고 했는데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
하여간 처음 출석 요구를 받았으나 좀더 생각해 보자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