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북읍 점거, 나흘만에 풀어|천여 광부 <동원탄좌> 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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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선=임시취재반】국내 최대규모의 민영 탄광인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동원탄좌(대표 이 열·65)에서 1천여명의 광부들이 임금 인상과 노조 지부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21일부터 나흘 동안 농성·시위를 벌이며 인구 2만여명의 사북리 시가지를 점거, 24일 상오까지 1천여명의 경찰과 대치했다. 이 사태로 경찰관 1명이 숨지고 98명이 부상(38은 중상)했으며 광부5명과 광업소 간부3명, 목수 1명이 크게 다쳤다. 광부 대표들과 노조 및 관계당국 대표들은 24일상오 ▲임금 20% 인상 ▲상여금 4백%지급 ▲형사책임은 가능한 한 선처한다는 등 내용에 합의와 광부들은 사북역과 광산촌 입구 등에 설치한「바리케이드」를 철거한데 이어 농성을 풀고 있어 사태는 이날 중으로 수습될 것으로 보인다. 광부들은 인질로 잡고 있던 노조지부장 이재기씨의 부인 김순이(46)씨를 풀어 주었다·<관계 기사3,6,7면>
광부 소요로 사북지서가 파손돼 폐쇄되고 광업소 건물과 간부 숙소가 무너졌으며 광업소소장 승용차를 비롯, 차량 2대가 불타는 등 많은 재산 피해를 냈다.
중상을 입은 영월경찰서 정보과 이덕수 순경 (46) 은 인근 동원보건원에 입원했으나 23일 상오5시15분쯤 숨졌으며, 나머지 부상자들은 동원보건원과 서울의원·장성병원 등에 분산 입원중이며 생명이 위독한 김기영 순경(33·원주경찰서 소속)은「헬기」편으로 원주로 후송됐다.
이 사건은 21일 하오5시쯤 정선경찰서 수사과 이 모 형사가 일부 광부들이 임금인상과 노조지부장 사퇴를 요구하며 농성 중인 노조사무실로 설득 작업을 펴러 갔다가 더욱 악화돼 일어났다.
광부들은 이때 이 형사에게 주먹을 휘둘렀고 위험을 느낀 이 형사가 피신하기 위해 대기시켜 놓은 경찰「지프」에 올라 급히 모는 순간 이를 막기 위해 차에 매달려 있던 광부가 차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고 다른 광부 4명이 경상을 입어 광부들은 흥분하기 시작,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번졌다.
현지에는 김성배 강원도지사·김상희 치안본부 제2부장· 유내형 강원도경국장· 최정섭 전국광산노조위윈장·윤석구동자부석탄국장· 한진희노동청노경국장 등이 대책본부를 구성,수습에 나섰다.
광부들이 점거했던 사북지서 무기고에는 예비군용「카빈」과 실탄이 있으며 사북읍내 광업소 화약고에는 다량의 TNT가 보관돼 있다. 그러나 광부들은 무기에 손을 대지 않고 이를 보호했으며 24일 상오11시30분 회사측 경비원에게 무기고와 탄약고의 경비를 인계했다. 또 이날 낮 사복 경찰관들이 파괴된 사북지서로 되돌아가 복구 작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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