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통다도 비교회 개최|한국은 「예절」, 일본은 「청결」|주발식과 청주잔 닮은 찻잔도 이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다례의 맥을 찾아 정통다도를 재현키 위한 한일양국의 다도비교회가 20일상오10시 설악산 「파크·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다도회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다례를 비교 소개하고 우리의 정통 다도에대한 해설도 있었다.
설악산에 새로 문을 연 「파크·호텔」의 일본식다실 계실에서 향내 그윽한 분위기속에 열린 이모임에서는 한국측의 법상스님(금룡사)과 일본의 다도사범 「가와사끼·요시에」(천기방지)여사가 양국의 다도를 선보였다.
이날 소개된 일본식 다도는 일본의 국보인 송화당의 그림을 배경으로 꽃꽂이가 곁들여 차를 끓여내는 예인 다채로 시작, 무릎을 꿇고 단정한 자세로 앉아 차를 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한국의 고려다도는 병풍을 배경으로 난과 소나무분재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향을 은은히 피우는 가운데 찻잔올 데우고 끓인차를 잔에 따라 편안한 마음과 안정된 자세로 음미했다.
약차인 작설차를 재료로한 다도비교회는 양측이 다같이 숯불로 은은하게 차를 달이는 과정은 공통점을 보였으나 곁들인 다식이, 일본이 현대적인 과자와 약과였던 반면, 한국은 사찰의 전통적 다식을 그대로 내놓아 대조를 보였다.
찻잔도 일본이 청주잔을 연상시키는 작은 잔으로 흑회색계통의 토기였던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은 발이 좁고 입이 넒은 차완을 옛것그대로 구워 내놓아 차이점을 분명히 했다.
차를 손님앞에 내놓는 형식은 우리나라는 화로를 중심으로 왼쪽부터 수좌 차좌 말좌 등의 순으로 돌리고 은은한 정적속에 숨소리마저 죽이고 드는 예를 갖췄으나 일본은 좌석에 관계없이 남자에게 먼저 차를 들려 대조.
두 나라의 다도는 부덕을 교육하는 국민정신문화의식에는 공통점을 갖고있으나 일본이 청결과 형식에 치우친 반면 한국은 실질과 예절을 바탕으로 육점(정제·정안 정립·정적 정화·정비)에 근윈을 두고있어 차이점을 보인다.
이날 모임은 서울동다헌의 대표 장세정씨(53)가 주선, 두나라의 권위자들이 한데 모이는 계기가 됐고 잊혀져가던 정신문화의 한맥을 짚게된것이다.
만물은 물을 사용하는 이치를 갖고 여기에 영적 가치를 부여, 물을 가치있게 먹겠다는 생각을 근원으로 시작된것이 다도-.
중국의 황하 유역에서 나뽄 물을 식수로 하여 고통받던 중국인들이 물을 깨끗이 하여 마시겠다는 생각으로 차를 만들기 시작해 예도를 갖춰 발전시킨것.
신라시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일본으로 건너간 다도는 시대가 변천하면서 의식화해 불도를 닦는 기본으로 변했다.
신라의 화랑을 키워낸 부덕의 바탕이 됐고 고려시대엔 전성기를 이뤄 일반에게 널리 보급, 국민정신문화교육의 근간이었다. 고려때는 봉채라 하여 시집갈때 한자리서 이식이 안되고 일생을 마치는 작설차의 씨앗을 부덕의 정표로 가져갔고 조상의 제례도 차로 지내 차례라 할만큼 주된 생활 「패턴」으로 국민속에 뿌리를 내렸다.
이조때 배불사상으로 국민속에서 사라졌으나 다산정약용·초의법사·추사김정희등 소수의 지인들이 다도를 전수, 승가에서만 명맥을 유지해왔다.
이번 다도비교회를 주선한 장씨는 『신라시대 오대산을 중심한 이 고장이 화랑의 도장이었고 그들이 사용한 찻잔도 인제와 명주 두곳의 사기막골에서 만든 것이어서 이곳은 다도의 고장이었던만큼 설악산을 중심으로 다도를 재현하고 사기막의 고요지도 재현, 혼란한 세태의 정신문화의 바탕을 삼고자 이모임을 주선한것』이라고말했다.
법상스님은 『일찌기 정몽주선생이 창에 앉아 달과 구금을 벗삼아 차를드는 즐거움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 했듯이 다도는 분위기를 조화시켜 이해타산을 떠난 순수한 마음으로 물을 마시는 예도』라며 차는 반드시 범절을 갖춰 예도의 바탕위에서 마시는 습관을 길러가자고 역설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