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소집의 필요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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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가 4개월 동안이나 열리지 않고 있다. 지난 2월초 유가·환율인상 등과 관련하여 몇 개 정기국히 이후 한번도 국회가 열리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국회를 열어 논의할 국사가 없어서가 아니라 주로 공화·신민당의 집안사정 때문에 국회를 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 정풍·역풍 등의 문제나 당권·비당권파간의 알력을 표면상 수습하고 난 양당이 비로소 다시 임시국회소집문제를 거론하고 있으나 우리가 보기에는 국회는 진작 열렸어야 옳았다.
왜냐하면 그동안 국회에서 거론·토론될 필요가 있는 문제가 많았고 국회로서 응당 해야할 일도 많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백두진 전국회의장의 사퇴로 궐위 상태로 있는 국회의장을 선출하기 위해서라도 임시국회가 일찌기 한번은 열렸어야 옳았다고 본다. 의장이 궐위되면 지체없이 보궐선거를 해야한다는 국회법규정이 있는대도 몇달씩이나 정치적 양해만으로 선거를 않고 넘긴다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이었는가.
이런 요식적 행사보다도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나 정치발전의 진도점검과 같은 보다 실질적이고 중요한 일도 적지 않다.
국회개헌특위의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는데도 정부개헌심의위의 작업은 아직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 과연 개헌작업의 장래는 어떻게 될지, 국회와 정부간에 큰 마찰 없이 개헌단 일 안이 나올지, 이런 문제도 국회가 그사이 짚고 넘어갔어야 할 문제다.
또 최근 히로뽕 밀조사건에서 나타났듯이 공무원부정이 큰 사회문제화했는데 행정부의 기강문제는 국회역할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다.
국회가 견제와 감시기능을 충실히 했던들 사전 예방적 효과도 있었음직하고 이제라도 문제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둘 필요는 크다.
최근의 학원사태나 수사권을 둘러싼 검·경간의 마찰만 해도 그렇다.
학원문제는 학원자율로 처리하라는 자기방침 때문에 문교부로서도 적극 개입하기는 어려운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학생농성이 1주일이나 열흘씩 가도록 방치되어도 좋은가. 이런 때 국회라도 열려 학생과 학교의 주장이 다같이 개진되고 합리적인 선후책이 강구된다면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검·경문제만 해도 보도에 따르면 일부의원들은 일방의 주장을 사전에 들을 기회가 있었다고 하는 터에 문제가 심각해지도록 국회가 방관적 입장을 취한 것은 현명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밖에, 공화·신민당이나 정부 역시 국민을 위해 여러가지 법개정안을 준비했다고 들리는데 이런 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위해서도 임시국회는 열릴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정부가 공모한 형사보상법의 개정이나 부가세제의 개선 같은 것도 굳이 정기국회까지 미룰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 공화당이 발표한 전과말소법·임금책권 확보에 관한 특례법 등도 다수 국민과 근로자에 유익한 것이다. 신민당 역시 헌법사항이 아닌 많은 문제점들의 개선을 위한 법개정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정기국회 전 개헌확정에 대비하여 국민투표에 찬반운동을 허용할 국민투표법 개정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이처럼 임시국회를 열어 생산적으로 활용할 일은 부지기수다.
임시국회가 빨리 열려 생산적인 국정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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