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10년 잔치 끝났다 … 구조조정 칼 뺀 나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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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델라 MS CEO가 지난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MS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잔치는 끝났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에 고강도 구조조정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 폭풍을 불러온 사람은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다. 한 때 최고의 혁신기업으로 꼽혔던 MS지만 몸집이 커지면서 둔해졌다. 시름시름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CEO는 비대해진 조직의 군살을 빼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나델라는 22일(현지시간) MS의 2014년 4분기(MS는 6월 결산법인이라 4~6월이 4분기) 실적 발표 직후 진행된 애널리스트와의 전화 회의에서 “모바일 클라우드 사업과 다양한 디바이스 운영체제(OS) 확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적자에서 못 벗어난 노키아와 빙 사업부도 구조조정을 통해 2016년까지 흑자로 돌려놓겠다고 덧붙였다.

 인도 출신인 나델라는 1992년 MS에 입사해 22년 동안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온라인서비스 사업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엔터프라이즈와 클라우드 사업 담당 수석부사장도 맡았다. 빌 게이츠는 올 2월 온화한 이미지의 나델라를 CEO로 임명했다.

 CEO 나델라는 순하지 않았다. 데뷔작은 충격적이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 넘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결단해서다. 22일 발표한 실적은 그에게 면죄부가 됐다.

MS의 2014년 4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 늘어난 233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늘어난 매출은 노키아 인수에 따른 휴대전화 판매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노키아 부문의 영업손실이 6억9200만달러나 됐다. 이에 따라 전체 순익은 46억1000만 달러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49억7000만달러)에 비해 7.1% 줄었다. 윈도와 오피스 등 소프트웨어 매출이 늘었고, 클라우드 서비스 부분은 147%나 성장했지만 벌어들인 돈은 휴대전화 부문에서 대부분 까먹었다.

 MS가 비대한 공룡이 된 건 지난 4월 74억 달러를 들여 노키아를 인수하면서다. 노키아 인력 2만5000명이 더해지면서 MS 직원은 12만4000명이 됐다. 덩치가 커지며 움직임은 굼떠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13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직원 1인당 순이익은 애플(46만1200달러)의 절반 수준(22만800달러)에 불과했다.

 구조조정은 전방위로 진행된다. MS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휴대전화 생산을 중단키로 했다. MS가 더 이상 휴대전화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분명히 전달한 것이다. 게임기인 X박스용 콘텐트를 제작했던 X박스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도 해체한다.

당연히 대규모 감원 계획도 있다. 2015년까지 전체 직원의 14%인 1만8000명을 줄인다. 가장 큰 불똥이 튄 곳이 노키아 부문이다. 해고 대상 직원 중 1만2500명이 노키아에서 인수한 인력이다. 노키아에서 흡수한 직원(2만5000명)의 절반에 해당한다. 노키아를 겨냥한 구조조정에 “MS에 배신당했다”며 핀란드가 들끓을 정도다.

 나델라의 고강도 구조조정은 빌 게이츠와 전임 CEO인 스티브 발머가 벌여 놓은 일을 수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MS는 최근 몇 년간 휴대전화와 비디오게임기·태블릿PC·기업용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웹 광고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FBR캐피털마켓’의 애널리스트 다니엘 이브스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스티브 발머는 10여 년간 대대적인 잔치를 벌였고, 나델라가 설거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설거지 하는 사람이 시키는 일만 하는 게 아니다. 나델라의 머릿속에 MS의 새로운 미래가 그려지고 있다는 평이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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