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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이 문제] 천안 세계민족음식테마관, 94억 들인 건물 딱 한 번 쓰고 10개월째 문 잠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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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천안삼거리공원에 들어선 세계민족음식테마관 건물. 지난해 천안국제웰빙식품엑스포 때 보름간 활용된 뒤 10개월째 문이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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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가 2011년부터 추진해 온 세계민족음식테마관 조성사업이 4년째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건물만 지어놓고 후속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예산 부족에 테마관 운영 업체를 선정하지 못한 게 주된 이유다. 세계민족음식테마관을 찾아 문제점을 알아봤다.

빈 건물 안에 먼지만 수북

문이 닫혀 있어 밖에서 촬영한 텅 빈 건물 내부 모습.

천안 12경 가운데 하나인 천안삼거리공원에 세계민족음식테마관이 들어섰다. 차량이 하루 수만 대 다니는 국도 1호선 옆에 자리했다. 이 건물은 천안삼거리의 지리·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만남과 화합의 가교 역할을 의미하는 아치형으로 지어졌다. 이 건물이 10개월째 방치되고 있다. 이곳이 세계민족음식테마관이라는 사실을 아는 시민이 거의 없다.

지난 21일 세계민족음식테마관을 찾았다. 천안삼거리를 상징하는 건물답게 웅장한 모습은 그대로지만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빈 건물 안을 들여다보니 먼지만 수북이 쌓여 있었다. 건물 2층에는 지난해 치러진 국제행사 때 사용한 전시물이 아직도 철거되지 않은 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주차장은 찾아오는 이가 없어 텅텅 비었고 잡풀만 무성했다. 건물 주변에는 깨진 병 조각이 나뒹굴고, 건물 외부 곳곳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고 2층 난간은 녹슬었다. 조경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몇 그루는 말라 죽어가고, 일부 자재가 떨어져나간 천장엔 구멍이 났다. 건물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고 ‘보안시스템 작동 중’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지만 일부러 경고음을 울렸는데 30분이 지나도록 보안업체 직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엑스포 15일만 사용

세계민족음식테마관은 지난해 8월 30일부터 9월 15일까지 열린 천안국제웰빙식품엑스포 주제관으로 사용됐다. 건물을 짓는 데만 무려 100억원(국비 46억원, 도비 10억원, 시비 44억원) 가까이 투입됐다. 하지만 건물을 지어놓고 15일간 활용한 게 전부다. 엑스포가 끝난 뒤부터 지금까지 10개월 동안 어떤 용도로도 쓰인 적이 없다.

천안시는 2011년 세계민족음식테마관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3년5개월 동안 이룬 성과는 건물 완공뿐이다. 다른 관련 사업은 한 건도 진행하지 못했다. 웰빙식품엑스포에만 초첨을 맞췄기 때문이다. 엑스포 주제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부랴부랴 짓다 보니 건물만 지은 채 세계민족음식테마관이란 목표만 세웠다. 엑스포 이후 구체적인 활용방안은 미처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일회성 행사를 치르기 위해 지은 건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치되고 있는 시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김동수(39)씨는 “이 건물 옆에 있는 천안흥타령관에 가끔 갈 때마다 세계민족음식테마관을 방문하는 사람이 전혀 없어 의아했다”며 “엑스포가 끝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 왜 아직까지 건물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예산을 제때 투입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2012년 31억5000만원, 2013년 62억6500만원을 포함해 지난해까지 총 94억1500만원을 투입했지만 대부분이 건물 공사비였다. 2012년 9억8500만원, 2013년 4억5700만원 등 총 14억4200만원은 아직 집행하지 않았다. 예산을 집행하지 않은 이유를 천안시 담당부서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세계민족음식테마관 조성사업이 마무리되더라도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활용가치가 있는지에 의문을 품는 시민도 많다. 최근 일부 기획사가 시민을 위한 체험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건물 임대 여부를 문의했지만 시는 수익사업을 할 수없다는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시 농업정책과 관계자는 “예산 집행 문제는 최근 담당자가 바뀌어 업무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세계민족음식테마관 조성사업은 최소한 공사 입찰 40일, 계약기간 15일, 내부 시설 공사기간 4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하고 최종 완공은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글=강태우 기자 , 사진=채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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