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상가로 변모한 "부산명물" 국제시장의 현대화 아쉽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부산 국제시장이 도심 속의 낙후지대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물론 외항선원 등을 통해 외국에도 널리 알려진 이 시장이 70년 이후 영세 소매상가로 변해 시장의 명맥을 잇고 있을 따름입니다. 한때 부산경제의 중심지대로 번창했던 것에 비해 너무 초라한 모습입니다. 이 같은 현상은 주변에 현대화된 백화점·연쇄점 등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국제항 부산항을 찾는 수많은 외국선원들과 관광객들에게 보다나은 부산의「이미지」를 심어주고 이들이 또한 마음놓고 우리의 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제시장의 현대화가 시급합니다. 도심 속의 토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도 그러합니다. 이 시장의 실태와 당국의 현대화계획을 취재해 주십시오. <윤기수·43·국제 시장 2공구 a동)
국제시장이 번창했던 옛날의 영광을 앗긴지 오래됐다. 영세상인들로 시장의 명맥을 잇고 있는 정도.
70년대 들어 주변에 현대와 된 백화점·연쇄점이 들어서면서 시장의 모습은 더욱 초라해지고 거래량도 격감했다.
국제항 부산항의 관문지역에 이 같은 낙후된 시설의 시장이 방치돼 있다는 것은 국제항의 체통을 손상시기는 일이다.
국제시장은 8·15광복과 함께 노점시장으로 출발, 6·25피난 때의 임시수도 때는「자유시장」으로 불리며 피난 수도의 갖가지 애환이 서려있는 시장이다.
시장의 규모는 대지 2천1백70여평에 네 차례에 걸친 대화 등 우여곡절 끝에 지어진 연건평 3천6백58평의 2층「슬라브」건물 12동, 점포 1천4백89개가 A, B동으로 나뉘어있다.
국제시장이 이같이 사양길에 있는 것은 ▲충무동「로터리」의 시외「버스」주차장이 이전되고 ▲인근에 백화점·「슈퍼마키트」·연쇄점이 등장하면서 ▲영세상인들만 모여 도매시장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 더구나 점포시설이 전근대적이며 주차장 시설이 제대로 돼있지 않는 등 주변여건도 문제다.
70년10월 충무동 시외「버스」주차장이 시의 개발 계획에 따라 범천동 옛 조방터 앞으로 이전하자 경남지방의 단골손님들을 하루아침에 잃고 말았다. 이들 상인들은 교통이 편리한 주차장 부근의 부산진 시장과 자유·평화시장으로 몰려갔다.
이에 따라 자동차 부속상들도 서면으로 옮겨갔고 포목상 2백 여명도 부산진 시장으로 이전했다. 또 이같은 추세 속에 재력이 있는 상인들도 백화점이나「슈퍼체인」등으로 전업하는 등 빠져나갔다. 현재도 점포시설이나 유통구조 개선 등 현대화보다는 전업을 서두르고 있는 실정.
이 같은 실정 속에 국제시장의 사양을 틈타 정찰제와 깨끗한 시설, 시비 없는 거래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에 따라 시장 주변에는 백화점과 연쇄점 등이 들어섰다.
5개 백학점 등이 세워졌고 세칭「케네디」시장과 깡통시장 등이 생겨 국제시장은 백화점과「슈퍼마키트」로 포위됐다. 여기에다 주차장 시설이 없어 상품의 대량거래 부진을 부채질하고 자가용족의「쇼핑」도 끊어졌다.
이 때문에 요즘 국제시장을 찾는 사람은 90%가 영세서민층으로 상품의 질보다 값싼 것을 찾고 있다. 바가지를 씌우면『여기가 국제시장인줄 아느냐』고 반문할 정도. 상인들도 60년 이전까지는 이북 피난민들이 대부분이었으나 현재는 95%가 경상도 상인이고 5%가 이북출신이다.
개설 당시 판자 시장이었던 국제시장이 지금의 2층「슬라브」건물로 바뀐 것은 네 차례에 걸친 큰불 때문이었다.
국제시장 번영회(회장 강창락) 간부들은 시장 현대화를 위해서는 현재의 2층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이곳에 10층 이상의 대형「매머드」상가 건물을 신축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건물 신축에는 엄청난 예산이 소요돼 영세상인들로서는 감당할 수 없어 정부나 시의 뒷받침 아래 민자유치를 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상인들은 이곳의 영세상인들을 살리기 위해 상가신축을 하고 신축공사 기간 중에는 간이노점 시장이라도 운영할 수 있는 빈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관할 부산 중구청은 국제시장의 대형 상가화는 시급하나 소요예산의 확보나 민자유치·신축공사기간 동안 간이시장 확보 등 어려운 문제가 많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있다.
이런 속에서도 상인들은 앞으로 구덕「터널」이 뚫리고 서구 하단을 통한 서부 경남 방면의 교통이 편리해져 국제시장 상가의 대형화가 이뤄질 경우 옛 경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고대하고 있다. <부산=주수성>
독자「페이지」의「희망취재」는 독자 여러분들의 요청에 따라 본사기자가 전국 어느 곳이라도 가서 취재, 보도하는 난입니다.「독자투고」로는「만화」「사진고발」도 환영합니다. 독자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합니다.「희망취재」의 요청과 독자투고는『중앙일보 사회부 독자「페이지」담당자』앞으로 하십시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