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시바'가 대체 뭐길래…브랜드 두고 계속되는 공방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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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일보 포토 DB]

 
‘와시바’.
유병언(73) 전 청해진해운 회장의 시신 곁에 놓여 있던 한 켤레의 흰 운동화. 이 운동화의 브랜드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 되고 있다.

22일 오전 전남 순천경찰서는 이 운동화가 명품브랜드 ‘와시바(Waschbar)’의 제품이라고 발표했다. 22일 하루 동안 다수의 포탈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와시바’는 계속해서 올라왔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와시바’라는 브랜드는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와시바(Washiba)’라는 아디다스 제품이 있기는 하지만 가격이 약 10~25만 원대로 명품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또한 표기법도 달랐다.

이에 경찰은 다시 신발을 조사했다. 22일 오후 9시, 경찰은 뒤늦게 “독일어로 적힌 ‘세탁할 수 있다’는 뜻의 단어(Waschbar)를 와시바(Washiba)로 오해한 것”이라고 정정 발표했다. 독일어인 ‘waschbar’의 발음은 바슈바다.

23일 오전 이에 대한 반론이 제기됐다. 경향신문은 ‘유병언의 명품 신발 와시바 브랜드, 실제 존재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네티즌이 ‘바슈배어’(Waschbaer)라는 독일의 한 인터넷 쇼핑몰(www.waschbaer.de)을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다만 신발의 경우 133유로(한화 약 18만4000여 원) 정도로 고가의 제품은 아니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바쉬배어 브랜드가 존재함이 알려지면서 경찰이 또다시 착오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적었다. 해당 브랜드의 독일어 표기는 ‘Waschbar’다.

쟁점은 ‘Waschbar’의 표기법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경찰이 발표한 대로 ‘Waschbar’라고 적혀 있었다면 독일어로 형용사 ‘세탁할 수 있는’의 뜻이 맞다. 그러나 ‘Waschbar’라고 적혀 있었다면 명사 ‘곰의 일종(북아메리카산의 작은 곰)’을 지칭하는 말이 된다. ‘a’이냐 ‘a’냐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독일어에서 발견되는 움라우트(전모음화) 때문이다.

22일 오전 전남 순천경찰서는 유 전 회장의 시신 발견 관련 브리핑에서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것은 스쿠알렌 1병, 막걸리 빈 병 1개, 소주 빈 병 2개, 천으로 된 가방, 직사각형 돋보기 1개, 상의 1개, 운동화 1켤레 등이 있었다. 고가의 이탈리아제 로로피아나 명품 점퍼와 와시바 신발이 있었다”고 전했다.

남록지 인턴기자 rokji12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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