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단일집행부 월내 발족|불교 조계종내분 3년 만에 종단통합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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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조계사(집행부)측과 개운사(종회)측으로 양분돼 법정시비와 무력대결 등을 벌이며 팽팽히 맞서온 불교 조계종내분이 3년 만에 수습됐다. 조계사 측의 윤고암종정·배송원총무원장과 개운사측의 윤월하종정·송월주종회의장 등 양측대표 4명은 지난달 30일 밤 「종단통합합의조약서」를 서명, 교환함으로써 종권 다툼의 지루한 종단내분이 막을 내렸다.
양측이 합의한 분규수습 일경은 4월20일까지 종회 의원 총선을 실시하고 통합된 단일집행부를 4월 안에 발족시킨다는 것.
합의조약서 내용의 주요 골자는 제6대 종회 의원 총선거를 실시, 새로 구성되는 종회에서 총무원집행부를 선출해 분열된 종단을 하나로 통합, 정상화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제4대 및 5대 종회의 법통을 인정하고 ▲종회 의원 총선 및 새 집행부 구성은 제5대 종회가 개정한 총무원장 중심제의 종헌·종법에 따르며 ▲총69명의 종회 의원은 전국 23개 교구별로 42명을 직선하고 직할본사와 문선의 27명은 조계사 측과 개운사 측이 각각 13대14의 비율로 추천, 선출한다는 것.
이밖에 통합된 화합종단의 발족 후에는 양측이 서로 분규 중 제기됐던 일체의 민·형사문제를 불문에 붙인다는 것도 합의조약서에 명시했다.
이 같은 분규당사자간의 화해합의가 이루어짐에 따라 총50여명의 종단 원로스님과 양측대표, 교구본사 주지들은 지난달 31일 하오 서울 구화사에 모여 간담회를 갖고 합의조약서 내용을 집행하기 위한 절차문제를 협의했다. 개운사측 종회도 1일 임시 중앙종회를 개최, 합의조약 내용의 전폭 지지를 결의한데 이어 제6대 종회가 구성됨과 동시에 현 종회는 자진 해산키로 했다.
한편 조계사 측은 이날 17인 수권위원회를 열고 「총선」에 의한 종단분규 수습의 대원칙에는 찬성을 하지만 합의조약내용의 집행절차에 대해서는 상당한 이의를 제기, 9일 종회에서 찬·반간의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이 같은 분규수습합의는 지난해 10윌 문공부가 조계종 내분수습을 위해 마련한 산업시찰도중 양측중견스님들이 작성했던 합의조서를 근간으로 한 것이다.
조계종단의 뒤엉킨 내분이 수습되기까지의 배경에는 본사주지회의의 화해압력, 강원과 비원수도승들의 결의문 발표, 문공부의 거중조정 등이 「보이지 않는 힘」으로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밖에 10·26사태이후의 변화된 시대적 상황과 일반의 지탄이 양측 분규당사자들의 화합노력을 계속 채찍질했고 개운사 측의 소 취소로 법정시비가 일단락 됨으로써 분규수습 여건이 충분히 조성됐던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달 초 분규로 완전 마비된 조계종단의 종무행정을 각교구 본사별로 풀어주겠다는 문공부의 암시에 따라 태동한 본사주지회의는 종단 내에 새로운 제3세력을 형성, 내분수습을 촉구하는 강력한 역력단체가 됐다. 교구본산 중심제는 사실상 50년 전으로 후퇴하는 퇴보적인 파행일 뿐 아니라 분규당사자들인 중앙집권세력들에 커다란 위협이 아닐 수 없었다.
종단 분규에 계속 침묵만을 지켜온 수도승들이 화합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하고 나선 것도 종단 분규사에 전례 없는 일로 분규당사자들의 화합노력을 가속화시켰다.
문공부는 서로가 법적 승리를 주장하며 종단 대표권자 등록을 둘러싸고 아우성치는 분규당사자들의 요구를 계속 묵살한 채 화합된 단일 대표권자가 아니면 안 받겠다고 버팀으로써 분규수습을 위한 간접적인 압력을 가했다.
77년8월 제4대 종회가 당시의 이서옹 집행부를 불신임하고 나섬으로써 이 종정의 종회 해산-법정시비-무력 대결-제5대 종회 구성-종헌·종법 개정 등으로 이어지면서 조계종 내분은 종단이 완전 두 동강이 난 채 진통을 거듭해왔다.
이후낙 전국신도회장·문공부 등이 조계종 내분을 수습하겠다고 거중조정에 나섰지만 모두가 실패한 채 내분의 소용돌이는 더욱 깊어만 갔다.
그러나 앞으로의 새 집행부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상당한 시련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고질적인 문중파벌의식과 사찰재산에 얽힌 이해관계 등이 완전히 불식됐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화된 내분의 진통을 겪는 동안 터득한 교훈을 살려 새로 구성되는 종회와 집행부가 흐트러진 종단의 기틀을 바로잡고 발전을 추구해 나아 간다면 비 온 뒤의 땅이 다져지듯 조계종의 앞날은 희망적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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