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4백억이 연기로 사라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담배 유해론에도 불구하고 흡연인구와 담배소비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작년 한햇동안 우리나라 국민이 피운 담배는 모두 6백65억개비―. 78년보다 25억개비가 늘어났다. 금액으로 따져 7천4백억원. 이중 3천6백억원이 일반예산으로 전입돼 나라 살림에 쓰여졌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흡연인구를 1천만명으로 보고 있으므로 끽연자 1인당 6천6백50개비를 피웠고 이를 위해 7만4천원씩 지출한 셈이다.
하루에 18.2개비, 2백3원꼴이다.
담배 소비지출규모가 이렇게 높아진 것은 고급담배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 3백원짜리 「선」「거북선」담배가 전체의 51%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도에 술값으로 지출된 돈이 1조원규모이니까 술과 담배로 무려 1조8천억원이상을 썼다는 계산이다.
작년도 일반회계 총예산의 3분의1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소비된 담배를 분류해보면 ▲최고급인 「거북선」과 「선」이 3백38억개비(이중 거북선이 2백46억개비) ▲「은하수」「한산도」등 중급담배 1백억개비 ▲「청자」「환희」등 하급담배 1백33억개비다.
78년에 비해 「선」「거북선」이 87%나 늘어난 반면 중·하급담배는 줄어들었다.
소득증가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질문제 때문에 고급담배로 몰리고있는 현장이다.
일본은 중급담배인 「세븐·스타」가 가장 많이 팔리고(전체의 30.6%) 최고급 담배는 0.5%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퍽 대조적이다.
전매청이 추계한 흡연인구는 전 인구의 27%인 1천만명. 그중 남자가 87%인 8백70만명, 여자가 1백30만명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성 끽연자 증가 「템포」가 남자를 앞서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뎨 이는 일본같은 외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여성끽연자 증가가 사회문제로까지 등장했다.
일본전매공사가 「오오사까」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여대생 10명중 4명이 가방속에 담배를 넣고 다니고 있고 전체여성의 15.4%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남자들도 끽연인구가 73%나 돼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담배를 많이 피우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끈질긴 금연운동의 영향을 받아 일본끽연인구는 연간 증가율이 0.1%로 격감했다.
미국도 증가율이 1.5∼2%, 「프랑스」는 3.2%, 서독은 오히려 감소추세를 보이고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4∼5%의 높은 증가율이 유지되고 있다.
오는 4월7일은 세계보건의 날이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를 금연「캠페인」의 해로 정하고 있다.
끽연자들에게 담배를 끊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란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건강을 해치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연간 7천4백억원을 소비한다는 사실은 한번쯤 다시 생각해볼 일이 아닐까.
작년에 피운 담배를 길이로 연결하면 서울∼부산간을 6천6백번, 지구와 달 사이를 8번이나 왕복할 수 있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