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의 투표…차분한 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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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봄을 맞은 각 대학 「캠퍼스」는 6년만에 실시되는 학생회장 선거와 학원 자율화 주장등으로 열기에 가득차 있다. 학생들은 이번 선거를 「학원자율화」의 구체적인 첫 행사로 간주,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는 25일 실시된 공대학생회장 선거를 끝으로 단과대학 학생회장을 모두 선출했으며 총학생회장은 28일 각과 대표로 구성되는 총대 의원회에서 간접 선출한다.
연대는 27일, 서강대·이대는 28일, 고대는 4월7일, 성대는 4월8일에 각각 총학생회장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요즘 서울대 관악「캠퍼스」게시판엔 각종 선거벽보가 요란하게 붙어있다. 『내가 만약 인문대 학생회장에 당선된다면 공학관 뒤편에 의로이 서있는 4·19탑을 본관 앞으로 옮기겠읍니다.』
『저를 경영대 학생회장으로 뽑아 주신다면 군사 훈련부를 설치, 국민된 의무로서 학점과는 관계없이 군사훈련을 받도록 하겠읍니다.』
유세장마다 풍성한 공약이 넘쳐흘렀다. 복학생들은 감회 어린 표정으로 입후보자들의 사자후(사자후)에 귀를 기울였고 중학입학이후 처음으로 선거를 경험하는 신입생들은 기대에 넘쳐 유세장을 찾았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보다는 유세장을 찾는 학생들의 수가 적었고 투표율도 저조했다.
입후보자들이 내세운 공통적인 공약은 「학원자율화」를 위한 학생회부활·학내언론자유·「서클」활동보장등 이념적인 문제.
법대 유세장에서는 한입후보자가 최근 공화당의 경품운동 과녁이 되고있는 L모의원의 「떡고물」발언을 신랄하게 비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서울대의 경우 6년만의 단대학생 회장선거는 의외로 차분한 분위기속에서 치러졌다.
후보자가 난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오히려 너무나 저조한 경쟁율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가장 큰 특징은 과거 동문중심의 선거운동이 학과 또는 「서클」중심으로 바뀐 것.
『××고 동문은 ○○○를 밀자』라는 벽보가 가끔 눈에 띄기도 했지만 당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것은 학과 또는 「서클」중심의 조직표였다.』
이는 고교 평준화 이후 각 고교별 동창수가 고루 분포돼 있고 많은 동창을 확보하고 있는 전주고·대전고등 비평준화 지역 고교 출신학생들이 학연(학연) 지연(지연)을 떠나 「페어·플레이」를 했기 때문.
75년 이전 다방·여관등에 선거본부를 설치하고 술·「코피」를 대접하며 득표에 열을 올리던 과열현상이 사라진 것도 특기할만하다.
이는 각단대별로 선거관리 위원회를 구성, 철저한 선거공영제를 실시한 것과 학생들의 민주의식이 크게 향상된 결과로 풀이된다.
과거 학생회장선거에 입후보한 학생이 1백만원 안팎의 선거비용을 쌌던 것과 비교하면 공명선거가 대학안에서만은 이뤄진 셈이다.
이번 선거의 또 하나의 특징은 복학생들의 투표율이 의외로 저조했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신입생들과 2학년생들은 높은 투표율을 보였고 3,4학년생들은 비교적 투표율이 낮았다.
사회대의 경우 4학년이 50%를 약간 넘는 낮은 투표율을 보였으며 복학생들은 15%의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다.
이번 선거를 지켜본 이수성서울대학생 처장은 『모범적인 선거였다. 정치부재의 불행했던 한 시기에 학생들은 뜻밖에 정치적으로 크게 성숙됐음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단대학생 회장과 총학생의장을 모두 직접 선출하는 연세대는 총학생회장에 3명이 입후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세대 정문 앞에는 『연세여 너는 민주화의 선봉자』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고 학생회관 일부에는 중앙 선거관리 위원회의 이름으로 된 『진리와 자유를 향한 공명선거』라는 「플래카드」가 눈길을 끌었다.
복학생들은 금전수수금지등 공명선거를 위한 「캠페인」에 열을 올리고 동창이 많은 고교들이 잇달아 긴급동창회를 열어 선거분위기는 더욱 무르익고 있다.
고려대는 3월초 총학생회장·단대 학생회장 선거에 앞서 각학과 학회장을 선출했다. 74년이전 동문 중심의 선거운동이 「서클」 중심으로 바뀐 것은 서울대의 경우와 같다.
학생들은 단대 회장·총학생회장거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강대·이대는 학생들이 스스로 마련한 학생회칙에 따라 27일 합동유세를 가진뒤 28일 투표를 실시한다. 그러나 학생들의 관심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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