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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과 제공권 장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태평양지역 미 공군사령관 「제임즈·D·휴즈」중장은 한반도의 안보상황을 「하루도 마음놓을 수 없는 심각한 위협상태」에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는 세계적으로 전쟁발발 위험성이 높은 동북 「아시아」에서 특히 북괴의 대규모 군사력 증강은 커다란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휴즈」사령관은 북괴가 7O년대에 비무장지대 밑으로 파 내려온 땅굴을 위협요소의 징표로 들면서 개전초 제공권 장악을 위한 한미공군의 준비태세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한다. 이 같은 현실판단은 지난해 한미연례안보회의에서 「브라운」미 국방장관이 한반도주변에 조기경보통제기 E3A를 비롯, 신예전폭기와 근접지원기를 80년대 초반부터 추가 배치하겠다고 말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사실 북괴는 62년부터 그들의 소위 4대 군사 노선을 지상의 목표로 정하고 전쟁준비를 서둘러왔다. 최근에는 GNP의 24%까지를 국방비에 투입하면서 대대적으로 군사력을 강회하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 북괴는 지상군만도 40여개 사단을 갖게 됐고, 72만의 병력을 갖추게 됐다. 지난해 미국의 정보기관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북괴는 2천7백여대의 전차와 6천여문의 각종 포, 1천여대가 넘는 항공기와 6백대에 이르는 함정을, 그것도 최전방에 배치해 놓고 있다.
우리는 북괴에 대해 이 같은 엄청난 군사력과 함께 그것이 공격용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북괴는 월남전 이후 그들이 경보병여단이라고 부르는 특수 여단을 10여개 이상 새로 만들었고 그 병력이 10만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에다 소련제병력 수송기 AN-2를 2백여대나 보유하고 4백여척의 상륙함을 마련해 놓았다. 「레이다」와 지상의 감시망을 피해 후방 깊숙이 침투할 수 있도록 고안된 비정규전명력에 우리는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휴즈」사령관이 경고했듯이 북괴가 70년대에 파기 시작한 땅굴도 이 같은 비정규전부대의 침투 「루트」가 될 수 있다는데 착안하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북괴는 그들의 전략대로 한미간을 이간시키고, 한국내의 소요를 선동, 주한미군을 철수시킨 뒤 국내의 폭동을 유발, 한국의 안보 「에너지」를 분산·양학 시켜 소위 「결정적 시기」를 잡으면 비정규전 수법으로 우선 기습하고 전 격전을 벌일 태세를 항상 갖추고 있다고 봐야한다. 68년「1·21사태」나 「울진·심척사건」을 겪은 우리는 이 같은 비정규전 양식의 선제기습을 더욱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10·26」이후 한미양국에 취해오는 북괴의 각종 정치공세는 그들의 기본전략에 비추어 보면 결코 소홀히 대할 수 없다. 중부전선 고낭포에서 74년11월 처음으로 발견된 땅굴은 7·4공동성명으로 남북대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72년부터 파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한미1군단장 「홀링스워드」장군이 땅굴은 전 전선에 걸쳐 13개가 있다고 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지금 북괴가 또 어떤 전쟁준비를 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군 당국에 따르면 지금 전선에서는 한미연합작전훈련인 「팀·스피리트80」이 예년과 같이 진행중이며, 얼마 전에는 서부전선을 지키는 한미지장군을 통합, 한미연합야전군사령부를 발족하는 등 적의 도발에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휴즈」사령관이 지적한 것처럼 기습에 대비, 제공권 장악을 위해 우리 공군은 3분 이내에 출동할 수 있는 비장대기조가 24시간 하늘을 지키고 있다고 들린다.
그래도 우리는 최근 북괴의 정치공세와 휴전선의 방어방벽 등을 보면서 다시 한번 그들의 기본전략을 재음미하고 기습의 가능성에 대비. 기습효과를 극소화할 수 있는 대비책을 군 당국에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기습의 소지 가될 국내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정과 단결의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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