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 스님 '도반'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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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달 그림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겠다며 훌쩍 영국으로 떠났던 원성(圓性) 스님이 자신의 출가 과정을 담은 성장소설 '도반'(1.2권, 리즈앤북)을 냈다. 도반은 수행을 함께하는 동반자를 뜻한다.

그는 7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시화집 '풍경' '거울', 자신의 뒤를 따라 출가한 어머니 금강 스님과 20여일간 인도를 다녀온 체험을 담은 만행집 '시선' 등으로 필명을 떨쳤다. 이 밖에도 원성 스님은 그동안 동자승을 소재로 한 그림으로 개인전을 열고, 시나리오를 쓰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적 재능을 보였다.

1991년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은 그가 대중에 알려지게 된 것은 독학으로 익힌 그림을 통해서다. 87년 서울시 미술대회 금상을 시작으로, 국제 유네스코 미술대전에서 금상을 받는 등 공모전에서 여러차례 수상했다. 선적이면서도 동양적인 그의 동자승 그림은 이탈리아.미국.독일 등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이번에 펴낸 '도반'은 그런 원성 스님이 창작의 영역을 소설까지 넓힌 신호탄인 셈이다.

이 소설은 18세의 나이로 출가한 스님이 행자 생활을 마치고 종단의 계를 받기 위해 강원(講院:불경을 학습하거나 연구하는 도량)에서 보낸 4년간의 교육 기간 중 첫 해를 다루고 있다. 앞으로 2.3.4년차를 각각 다룬 후속편들도 계속해 낼 계획이다.

어머니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며 출가했지만 깨달음을 추상적으로밖에 느낄 수 없었던 출가 초기, 군대보다도 엄격하다는 강원의 규율을 마주 대한 충격, 아름다운 여인과 맞닥뜨린 후 느꼈던 인간적인 고뇌 등 강원의 안쪽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사실적인 기록이다.

그렇다고 소설의 분위기가 어둡지는 않다. 총림사 강원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승객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햄버거 다섯 개를 먹어치운 뒤 코를 골며 자는 30대 스님의 얘기와 묘령의 여보살을 두고 안절부절 못하는 도반들의 모습을 담은 부분 등은 한편의 코미디에 가깝다.

정숙하고 근엄한 스님들의 이면에 과연 저런 모습이 있을까 싶다. 칠일낮 칠일밤을 잠 한숨 자지 않고 꼬박 참선을 해야 하는 용맹정진을 앞두고 걱정스러워하는 스님들의 모습에서도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첫장을 넘기자마자 원성 스님 특유의 필치로 그린 '미소년 동승' 그림을 만나게 되는 것은 이 책의 보너스다. 원성 스님은 99년 '풍경'을 출간한 후 TV CF에도 출연할 정도로 인기가 치솟았고 수만명의 국내외 열성팬이 있다.

지난달 출국 전까지 어머니 금성 스님과 함께 서울 돈암동의 대불정사에서 생활해 왔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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