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관광객이 사가는 모조문화재는 거의가 고려청자와 이조백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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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면 으례 한 두 점씩 기념으로 사가지고 가는 우리 나라 모조문화재에 대한 취향과 선호도는 나라별로 크게 다르다. 간혹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골동품을 가지고 나가다가 문화재감정당국에 적발돼 문제가 됐을 때의 반응도 「포기형」(미국인) 「논쟁형」(독일인) 「당황형」(일본인)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김포공항 문화재감정관실이창에 비친 외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모조문화재 및 골동품 선호경향과 감정 등에 대한 각양각색의 흥미로운 반응들을 알아본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수는 78년 1백만명을 돌파, 79년에는 1백15만명에 달했다.
이들 관광객들이 가장 즐겨 가져가는 모조문화재는 고려청자·이조백자 등의 도자기 모조품이 대종을 이룬다. 이 같은 사실은 79년 한해동안 김포공항 문화재감정관실의 감정을 받은 총4만4천여점의 모조문화재 중 도자기가 4만5백여점으로 단연 압도적이었다는 통계가 단적으로 잘 증명한다.
모조문화재에 대한 각국별 취향은 일본=도자기, 미국=가구, 「유럽」=불화·민화·목활자, 자유중국=무관심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
중국인들의 「무관심」은 거의가 자기들 것과 비슷하다는 점과 중국제품이 오히려 우수하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는게 김포공항 감정관계관들의 견해다.
감정결과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골동품으로 판명돼 못가지고 나가게 됐을 때 미국인들이 쉽게 포기해 버리는데 반해 독일인들은 끈질기게 달라붙어 끝까지 따지면서 쉽사리 포기를 않는다는 것.
독일인들은 문화재감정관들이 문화재이기 때문에 반출을 허락할 수 엇다고 설득해도 『왜 반출 불가인 물건은 외국인에게 시판케 하느냐』는 등의 논리를 전개하면서 강력한 항의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반출불가」라고 하면 『내가 무엇을 잘못했느냐』고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 굽실거리는 저자세형-.
교포도 재일교포가 한국문화재를 일본에 가지고가 팔면 외화를 획득해 국익이 되지 않느냐고 내세우는데 비해 재미교포는 「국위선양」을 크게 강조한다는 것.
지난 한해동안 외국인관광객들이 사가지고 나가는 모조문화재 및 골동품에 대한 김포공항 문화재감정관실의 감정결과 문화재로 인정돼 반출을 못하고 반려된 것은 모두 28점에 불과하다. 78년의 경우 1백56점으로 훨씬 많았다.
이같이 외국인들의 문화재 반출이 줄어든 것은 문화재당국의 계몽과 물품의 고갈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적발건수는 고의성이 없이 잘못 알고 사가지고 나가다 문제가 된 것이고 교묘히 행하는 밀반출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 중요하다.
문화재로 판정돼 반출이 금지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매입골동품은 대개 한국 내 연고자들에게 반려되는게 통례다.
현재의 문화재 반출에 대한 벌칙은 『지정문화재의 경우 5년 이상의 징역 및 몰수』이고 지정외문화재는 3년 이상 징역, 몰수(문화재보호법 제59조)로 돼있다.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를 도자기·가구·석조물 등은 50년 이전 것 중 가치가 있는 것과 전적류는 8·15 해방이전의 고문서로 규정하고 있다.
김포공항에 문화재관리국 감정관실이 설치돼 문화재의 해외유출을 감시하기 시작한 것은 72년부터였다. 2명의 문화재전문위원이 각각 주3일씩 교대로 근무하며 업무를 수행하는데 통상 하루평균 2∼3건의 감정신청이 있다는 것.
원래 모조문화재는 문화재보급협회의 도장이 붙어있을 경우 감정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보급협회의 검사필증이 없거나 기타의 골동품일 경우는 일단 감정을 받도록 돼있어 감정관실에 자진 감정신청을 해야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가는 모조문화재 등에 대한 감정업무는 원칙적으로 판매과정에서 끝마쳐야하고 김포공항 등의 감정도 출국 때의 번잡을 덜기 위해 시내에서 사전에 이루어지도록 개선돼야할 것 같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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