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보호의 새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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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화재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물건이 간혹 해외로 반출될까 우려하여 문화재관리국은 지난 15년간 관계 요원을 김포공항에 상주시켜왔다. 그것은 이 공항을 출입하는 여행자가 한국의 문화재를 소지했다는 협의를 받고 출국이 잠시 유보되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문화재 감정전문가를 공항에 파유근무시킴으로써 여행자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한 특별한 배려다. 이 같은 문화재요원의 공항파견제는 김포와 부산에 동시에 적용돼 왔다.
물론 공항에서의 즉석감정은 항공여행자의 격증에 따라 현장검증이 불가피해진데서 비롯된 임시적 조치일 따름이며 문화재당국에의 사전 신고로 미리 반출허가를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특히 고미술품으로 오인 받기 쉬운 최신작 민속도자 등 속에 대해서는 문화재보급협회를 통하여 미리미리 반출에 대응하는 편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며, 이러한 것은 한국의 관광토산품으로서 도리어 반출을 적극 권장해야할 성질의 것이다.
근년 한국의 관문이라 할 김포공항에서 감정이 요청됐던 물건들은 78묘년의 경우 8천3백건이었으며 그중 1백56건만은 보존돼야할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돼 반출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런데 79년도에는 총 감정건수 4만4천여건 중 반출이 불허된 것은 불과 28건에 불과했다.
반출이 허용된 것은 반출을 권장하는 신작 민속도예품이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그밖에는 목가구 민화 민속품 등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국내 「컬렉터」가 격증됐기 때문에 이제는 문화재가 해외로 마구 유출돼갈 만큼 남아돌지 않음을 뜻한다. 사실상 제한된 동산문화재니 만큼 수요에 부응하드록 공급이 충분할리 만무한 일이다. 따라서 국내 문화재의 거래가가 해외에서와 비등할만큼 상승돼 최근에는 이미 유출됐던 물건들이 역수입되는 예마저 없지 않은 실정이다. 바꿔 말하면 이제는 우리도 국제시장을 살펴보면서 우리의 귀중한 것들을 되찾아와야 함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는 곧 문화재에 대한 종래의 인식과 정책을 수정해야 될 시기가 왔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과거 한국사회가, 매우 곤궁했던 시절에는 귀중한 문화재가 헐값에 팔려 속속 해외로 유출됐었음을 부인할 수 없는 터이나 이제는 사정이 바뀐 것이다. 설사 다소 유출되는 것들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얼마만한 수준의 것들일까 의문시되며, 그 점에 신경과민이 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오히려 중요문화재의 밀반출 「루트」는 관계당국의 손이 전혀 미치지 못하는 엉뚱한 데에 있느니 만큼 공항과 같은 공개적인 통로는 보다 개방하고 양성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종래의 폐쇄정책 보다는 개방하는 편이 우리 국민의 문화재에 대한 긍지를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며, 외국 여행자들에게도 새로운 인상을 심어주게 될 것이다.
지난날 근시안적인 문화재 애호열은 우리 조상의 유택에 마련한 석물들까지 마구 뽑아 끌어들이고 혹은 해외에 팔아먹는 과오를 저질렀다. 그러나 오늘날의 문화재보호운등은 대국적인 안목으로 방향을 돌려야 할 것이며 우리 국토의 역사적 환경에까지 확대함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곧 문화재 보호의 새로운 세계적 추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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