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보호 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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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통령이 등산길에서 휴지를 추웠다. 같은 시간에 한강변에서 연설인들이 학생들과 함께 쓰레기를 치웠다.
지난 주말에 수국 4만여 곳에서 자연보호운동에 7백30만명이나 동원되었다.
이번 캠페인은 5월말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대단한 캠페인이다. 다만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겠는지는 의심스럽다.
영화에 보면 오페라 가수가 득의의 영창을 하는 도중에 청중의 손에 든 와인·글라스가 깨지는 장면이 가끔 나온다.
그러나 목소리만 우렁차다고 글라스가 깨지는 것은 아니다고 글라스를 손가락으로 튕기면 소리가 나온다.
그 음정과 꼭 일치되는 음을 가수가 낼 때에 비로소 글라스가 깨지는 것이다.
이것을 레저넌스(Resonance)라고 한다. 아무리 거창한 캠페인도 국민들의 자발적인 동조를 얻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휴지를 버렸다 해서 혼이 나는 시민이 있는 한편으로 함부로 호화밀렵을 즐길 수 있는 특권층이 있다면 캠페인이 일으키는 레저넌스는 별에게 못 된다.
더우기 자연보호운동은 휴지 줍기로 끝나서는 안 된다.
여러 해전의 일이다. 서독의 훔볼트 재단의 사무총장이 일본수상을 말났을 때다. 『아름다운 라인가의 수질이 오염되고 있다는데』하고 수상이 동정했다.
『사실입니다. 여기 대해 수상께서 무슨 명안이라도 갖고 계십니까?』하고 사무총장이 반문했다.
『운하를 따로 파든지 해서 호수를 빼 돌리는 방법은 어떻겠읍니까』하고 수상이 대답했다.
그러나 사무총장은 말하기를 『그것만으로는 강은 맑아질지 모르지만 그 대신 바다가 더러워질게 아닙니까. 그러니까 호수가 강에 흐르기 전에 맑아지게 하는 기초적인 연구에 주력해야겠지요.』
이 말을 듣고 수상의 얼굴이 붉어졌다고 한다. 그런지 10년 후에 구정물이나 다름없던 일본의 우전천에서 붕어가 살아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한강도 죽음의 강이 되어가며 있다. 공장 폐액의 유입만 막을 수 있어도 한강 물이 깨끗해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있다.
합성세제만 덜 쓰게 해도 한결 한강 물이 맑아진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면서도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거의 손을 안 쓰고 있는 형편이다. 단속의 손이 모자란다는 것도 사실은 궁색한 변명이기만 하다.
도시 단속만으로 한강 물이 맑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매연 버스는 그냥 두고 휴지만 못 버리게 한다고 남산의 나무들이 생기를 찾게되는 것도 아니다. 해마다 봄철이면 벌어지는 자연보호운동을 겉치레로 끝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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