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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찰의 국공립공원 지정은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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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명찰의 국·공립공원 지정동 정부당국의「관광개발」정책이 고유사찰환경을 파괴한다 하여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최근 경남 통도사·석남사·내원사 등 3개 고찰은 도가 지난해말 지정, 공고한 영취산·가지산·천성산 일대의 도립공원지정을 반대하는 진정서를 각각 관계요로에 내는 등 사찰주변 관광개발을 적국 저지키 위한 행동에 나섰다.
70년대 이후 일대「붐」을 이룬 명찰들의 관광지화에 대한 사찰측과 일반 지식인들의 우려가 마침내 이같이 표면화 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앞으로의 귀추가 크게 주목된다.
경남도는 이들 고찰지역 일대를 날로 증가하는 관광인구의 수용을 위한 대단위 위락지로 개발한다는 명분을 내세워「도립공원 지경에 관한 공고」를 발표했다. 도 당국은 또 공원지역 임야와 토지의 대부분이 사찰 소유인데도 불구하고 단 한번의 사전협의도 없이 일방적인 행정결정을 내렸다는 것.
사찰측은 이같은 행정당국의 결정에 대해 이들 고찰들이 1천여년 동안 지켜온 정신수도 도장으로서의 종교적·문화적 특성을 무시한 몰지각한 처사라고 반발하면서 공원지정 결정을 즉각 취소해 줄 것을 요망하고 나섰다.
한국불교 비구니들의 참선도량으로 유명한 석남사를 비롯한 이들 3개 사찰은 아직까지 심산유곡의 고유 사찰환경이 별다른 훼손없이 전래대로 보존돼 온 곳이다.
그래서 사찰측 진정서는『한국 정신문화의 큰 줄기를 이어온 불가의 참선도량인 이같은 고찰문턱에「호텔」과 술집 등을 짓는 위락중심의 관광개발이야말로 민족정기의 뼈대를 무시하는 망국의 화를 자초할지도 모를 무지의 소행』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경남도 당국의 이를 고찰지역관광개발계획의 주요내용은 대대적인 위락시설과 관광「케이블·카」설치(통도사)·도로확장 및 포장 등이다.
이같은 관광개발이 이루어질 경우 이들 사찰전래의 고유환경인「정신수도 도장」으로서의 지속이 어렵고 불국사·해인사·법주사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은 유흥관광의 오염은 불가피하다.
신라 헌덕왕16년(AD 824년) 도의국사에 의해 창건된 가지산 석남사의 경우 수많은 중건사를 거듭하면서 여승들의 원력으로 5백 여명의 참선도량을 건립, 비구니들의 귀중한 참선도처가 돼왔다.
통도사나 내원사도 모두 신라 고찰로 비교적 깊은 산 속의 정적을 원래대로 간직한 수도사찰들이다.
이들 3개 사찰의 진정서는 모두가 하나같이『물길문명과 기계적 공리주의에 오염돼 근본정신을 상실한 채 난파직전인 현대문명을 시급히 구제해야 할 시점에서 미래의 등불을 밝힐 희망을 간직한 비장의 정신수도 도량을 모두 놀이터화 한다는 것은 포거나 다 없다』고 비판했다.
독일과 같은 나라에서는 수도원 상공은 비행금지 구역일 뿐만 아니라 중요 군사작전 항로도 멀리 우회시킬 정도로 국가가 수도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며 존경한다는 것이다.
석남사 비구니들은『고찰의 공원화 정책이야말로 원각사를 기방으로 만들었던 연산군의 처사와 다름없는 짓』이라고 통탄하기까지 했다.
「관광사찰」로 대표돼온 고찰들의 유흥지화 및 공원화·놀이터화는 경제개발 일변도의 질주를 반성하는 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정신문화의 계발을 강조하면서부터 크게 우려돼왔던게 사실이다. 일반 식음들 가운데서도 기왕의 관광사찰화 된 고찰은 접어두더라도 남아 있는 옛 절들은 고유의 원형보존과 수도도량으로서의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산발적으로 제시돼왔다.
그러나 이같은 사찰 유원지화의 반대견해는 흔히「관광사찰」의 경제적 수입을 노리는 일부 승려들과 지역 주민들의 찬성이 엇갈리는 가운데 속으로만 응어리져 왔다.
어쨌든 뒤늦게나마 표면화된 현대 관광화와 고유환경의 파괴를 반대하는 의견이 정면 충돌하고 있는 고찰들의 보호문제는 정책당국의 지혜로운 판단이 시급히 내려져야 할 것 같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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