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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야세력의 단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 범야세력 내부에서 대통령후보 지명문제를 놓고 잇달아 잡음이 들리고 일부에서는 신당 창설론까지 들렸었다.
김영삼 신민당 총재계와 김대중씨계간에 벌어지고 있는 후보경쟁이 범야 내부에서 토론과 대화 등 민주적인 방식으로 소화되지 못하고 밖으로까지 번져가는 듯한 양상은 범야 세력 자체나 정국 전반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양씨간의 경쟁이 수습되지 못하고 과열일로로 나갈 경우 파생될 분열·대립·상호비방 등이 정국의 분위기를 해치고 나아가 안정 속에 민주화의 실현을 바라는 국민 여망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은 쉽게 예견되는 일이다.
오늘날 진행중인 민주화 작업이 언제쯤 어떤 모습으로 귀결될지도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더구나 새 헌법이 대통령제를 채택할지 내각책임제에 가까운 정부 형태를 채택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대통령 후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과열경쟁은 아무래도 너무 이르다는 느낌을 금할 수가 없다.
먼저 할 일은 민주화의 실현이요, 집권경쟁은 다음 순서다. 과열경쟁 자체가 민주화 추진에 저해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사리는 더욱 명백해진다.
따라서 우리는 때 이른 후보경쟁으로 인한 잡음과 분열요인을 하루 빨리 수습하여 범야가 힘을 합쳐 민주화 추진에 앞장서 주기를 바라고자 한다. 그것이 야당자신과 정국안정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요 국민여망이기도 하다.
더우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양 김씨계간의 대립이 이념이나 정책상의 이견 때문이 아닌 이상 대립과 명분 역시 약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이념을 갖고서도 분열·대립하는 것은 내부의 민주능력의 수준을 반증하는 것이요, 고질적인 파쟁의 전철을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물론 정당에는 인맥이 있고 파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파벌간의 대립은 당 전체의 이익을 해치지는 않는다는 최소한의 조직윤리위에서 해결돼야 한다.
더구나 오늘날 수권세력으로 자처하는 범야세력이 상호간에 명분없는 힘의 소모를 계속하고 있음은 자기논리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일부의 신당론도 그렇다. 대통령후보 획득이 용이치 않다는 것만으로는 신당의 명분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신민·통일당과 재야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다.
그런 점에서 야권내에서도 윤보선 전 대통령을 위시한 여러 인사들이 선 단합·후 후보조정의 노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며, 우리는 이런 운동이 보람있는 결실을 거두기를 바란다.
양 김씨가 6일 단독회담을 가진 것도 단합을 위한 모색으로 보이지만 그 결과는 국민이 바라는 수준에까지는 아직 이르지 못한 감이 있다.
그들이 자기들의 1차 과업을 민주회복과 민생안정이라고 본 것은 당연하지만, 헌법귀추가 명백해 질 때까지 과열경쟁은 억제키로 했다는 발표는 뭔가 다소 미치하다고 보여진다.
이런 시기에 과열인상을 준 점을 국민에게 사과하고 그와 같은 잡음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하는 자세가 당연히 나왔어야 옳았다.
그러나 처음 만남에서 의견합치를 보기는 어려웠으리라고 짐작되는 만큼 앞으로도 계속하여 서로 만나 단합을 이룩하는 노력을 보여 주기 바란다.
민주주의의 제도화를 지향하는 이시기에 지나친 정치의 인격화 현상이 일어나서도 곤란하다는 사실도 야권인사들은 유의 해주기를 바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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