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로 변신한 우선주, 보통주보다 10배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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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올해 코스피 우선주의 주가 상승률이 보통주의 약 10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많은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주식이다. 그러나 배당수익률이 워낙 낮고 거래량도 적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미운오리’ 신세였던 우선주가 ‘백조’로 변신한 셈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지수 구성종목 중에서 우선주가 있는 종목은 51개다. 이들 종목의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우선주 주가는 올해 들어 40.8%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보통주는 3.9% 오르는데 그쳤다. 우선주와 보통주 간의 가격 차이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우선주가 얼마나 고평가돼있는지를 측정할 때 쓰는 기준은 보통주와의 괴리율이다. 보통주와 우선주 주가의 가격 차이를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종목의 보통주가 1만원인데 우선주가 7000원이라면 괴리율은 30%다. 지난해 말만 해도 코스피200 종목의 괴리율은 50.6%였다. 우선주 주가가 보통주의 절반 정도였다는 의미다. 그런데 최근에는 괴리율이 32.8%까지 낮아졌다. 약 반년 만에 우선주가 보통주 주가의 약 70%선까지 올라온 것이다.

 우선주 가운데 가장 높은 값을 받고 있는 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우선주는 지난 15일 종가 기준으로 보통주와의 괴리율이 17.6%에 불과했다.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보통주 주가는 연초 이후 큰 변동이 없었는데 우선주는 10% 이상 오른 덕이다.

 우선주 강세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연초만 해도 싼 가격이 매력 포인트였다. 보통주 주가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보통주와 우선주 간의 가격격차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가치주 펀드들이 우선주를 많이 담았다. 최근에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졌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배당확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기업들이 배당을 늘릴 거란 전망이 힘을 얻었다. 덕분에 배당주 펀드 역시 선전하고 있다. 7월 셋째주(14~18일) 국내 배당주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로 국내 주식형 평균(0.89%)을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우선주에 투자할 때 두 가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가흐름이 상승세인지, 보통주와의 괴리율이 어느 정도인지다. 주가가 하락하고 이익도 줄어들고 있는데 보통주보다 싸다는 이유 만으로 투자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KB투자증권 김솔 연구원은 “두 가지 기준으로 볼 때 LG화학·LG전자·SK케미칼 등은 여전히 추천할 만 하다”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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