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용·이만수, 한달 내 극적 반전 못하면 자리 위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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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호 23면

18일 오후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13-2로 승리를 거둔 서군 박병호와 봉중근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올스타전 휴식기를 마친 2014 프로야구가 22일 후반기 일정을 시작한다. 정규시즌 경기는 총 217경기(전체 일정의 38%)가 남았다. 삼성이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향해 달리고 있고, 넥센 박병호는 홈런 신기록(56개·삼성 이승엽)에 도전하고 있다.

22일 플레이볼, 프로야구 후반기 전망

 야구공은 둥글고, 배트도 둥글다. 최대 승부처인 한여름을 지나고 시즌을 마칠 땐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현장 분위기와 각종 사례를 통해 프로야구 후반기를 내다봤다.

임창용 부진에 뼈아픈 여름 사자
삼성은 2위 넥센에 3.5경기 차 앞선 선두로 전반기를 끝냈다. 3위 NC는 넥센에 0.5경기 차 뒤진 채 함께 ‘3강’을 형성하고 있다.

 삼성은 나바로부터 시작해 최형우·박석민·채태인·이승엽으로 이어지는 막강 타선을 갖췄다. 전통적으로 여름에 강한 면모도 있다. 문제는 마운드다. 원투펀치 윤성환과 밴덴헐크가 건재하지만 삼성의 최대 강점이었던 불펜이 불안하다. 일본으로 떠난 오승환(한신) 대신 영입한 마무리 임창용의 부진이 뼈아프다. 임창용은 17세이브를 올리는 동안 블론세이브도 6개나 했고, 평균자책점이 5.40에 이른다. 삼성은 4연패를 당한 채 전반기를 끝냈다.

 넥센과 NC도 완성된 전력은 아니다. 상승여력을 보면 삼성과도 해볼 만하다. 넥센은 다승(13승)·평균자책점(2.81) 1위 밴헤켄의 원맨팀이었다. 다른 투수가 나오는 날엔 타격으로 승부를 걸어야 했다. 그러나 새 외국인 투수 소사가 지난 5경기에서 4승을 거두며 힘을 보탰다. 박병호·강정호가 주축인 타선은 시즌 끝까지 식지 않을 것 같다.

 6월 초까지 삼성과 선두를 다퉜던 NC는 여름 들어 체력이 떨어졌지만 그런대로 잘 넘겼다. NC 이재학과 찰리는 9개 구단 중 가장 안정적인 1, 2선발이다. 기복이 있는 에릭과 웨버가 힘을 보태면 더 강해질 수 있다. 테임즈와 나성범이 이끄는 타선의 폭발력도 좋다.

 넥센·NC가 삼성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맞대결 성적이 좋아야 한다. 삼성과의 상대전적에서 넥센은 4승1무6패, NC는 2승6패로 밀렸다. 지난 3년간 최강의 팀이었던 삼성은 올해 짜임새가 약해졌다. 끝까지 독주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박병호가 6월27일 시즌 29호 홈런을 터뜨렸을 때만 해도 60홈런까지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나 박병호는 지난 3주 동안 홈런 1개만 추가했다.

 전반기를 30홈런으로 마친 박병호는 여전히 50홈런을 겨냥하고 있다. 시즌 끝까지 페이스를 올리기 위해서 힘과 기술 말고도 필요한 게 있다. 이승엽이 1999년 54홈런을 때렸을 때 우즈(당시 두산), 2003년 56홈런을 기록했을 때 심정수(당시 현대)라는 걸출한 라이벌이 있었다. 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홈런을 주고 받으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지난 2년 동안 홈런왕을 차지했던 박병호에겐 특별한 라이벌이 없었다. 현재 2위 강정호(26개)는 박병호를 넘긴 어렵다. 홈런 45개 안팎에서 박병호의 레이스가 끝날 가능성이 크다.

 올해는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打高投低)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반기 리그 전체의 평균자책점은 5.28이었고, 타율은 0.291에 이르렀다.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타율 3할 타자가 37명이나 된다. 4할 타율을 넘보는 타자들까지 생겼다. SK 이재원은 전반기를 0.394로 마쳤다. KIA 김주찬(0.389)과 한화 김태균(0.378)도 맹타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4할 타자가 탄생할 가능성은 1%도 되지 않는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1941년 테드 윌리엄스(보스턴)가 0.406를 기록한 뒤로 70년 이상 4할 타자가 나오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누구도 기록하지 못했다.

 한국에선 1982년 백인천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0.412를 기록했다. 프로야구 첫 시즌에 일본 프로야구 출신 강타자가 압승한 ‘불공정 경쟁’이었다. 1994년 해태 이종범이 막판까지 4할을 치다 0.393으로 시즌을 끝냈다. 2012년 7월까지 4할 타율에 도전했던 김태균의 타율은 결국 0.363까지 하락했다.

 이종범은 복통 때문에, 김태균은 체력이 떨어져 4할에 접근하지 못했다. 4할 타율을 위해선 짧은 슬럼프도 겪어선 안 된다. 경기수가 적고, 투수력이 약했던 ‘옛날 야구’라면 몰라도 현대 야구에서는 4할 타율은 정복 가능한 영역으로 보지 않는다.

‘엘롯기’ 동맹은 누가 깰까
서울의 맹주 LG, 구도(球道) 부산의 팀 롯데, 10회 우승에 빛나는 KIA 등 세 팀을 묶어 ‘엘롯기’로 부른다. 이들은 2000년대 초반 돌아가면서 최하위를 했다. 올해는 중위권에 모여 있다. 롯데가 4위, KIA와 LG가 각각 6,7위다.

 이 가운데 가장 활력 있는 팀은 LG다. 5위 두산(2.5경기 차)까지는 가시권에 두고 있다. 4위 롯데와 5.5경기 차이다. LG는 4월23일 김기태 감독의 자진사퇴로 크게 흔들렸다. 당시 불과 17경기만 치른 시점이어서 반격할 시간이 있었는데도 감독이 떠났다. 양상문 감독 부임 후 LG는 25승1무21패를 기록하며 빠르게 전력을 정비했다. 특히 7월 11경기에서 8승을 올리며 9개 구단 중 가장 높은 승률(0.727)을 찍었다.

 시즌 초 LG는 류제국과 리오단이 부진해 고전했다. 리오단은 투수 전문가 양상문 감독을 만난 뒤 5승1패, 평균자책점 2.86을 기록하며 에이스로 성장했다. 류제국도 등판을 거듭할수록 안정을 찾고 있다.

 ‘큰’ 이병규(등번호 9)의 부상 공백을 ‘작은’ 이병규(등번호 7)가 잘 메우면서 득점력도 개선됐다. LG는 지난해 7월부터 상승세를 타며 정규시즌을 2위로 마감했다. 올해 출발은 더 나빴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지난해와 비슷하다.

 김응용 한화 감독과 이만수 SK 감독은 가시방석에 앉아 있다.

 해태에서 9차례, 삼성에서 1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김응용 감독은 한화에선 2년 연속 꼴찌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지난 겨울 한화는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이용규와 정근우를 동시에 영입했지만 나아진 게 별로 없다. ‘투수 돌려막기’에 급급한 나머지 마운드가 붕괴 직전까지 갔다. 경기 중 외국인 타자 피에가 강석천 코치와 말싸움을 벌였고, 김응용 감독이 피에를 향해 물병을 던지는 등 더그아웃 분위기도 좋지 않다. 반등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

 8위 SK 분위기도 무겁다. SK 외국인 타자 스캇은 지난 15일 이만수 감독에게 공개적으로 대들었다. 감독과 언쟁 끝에 “Liar”라고 소리쳤다. ‘Liar’의 사전적 의미는 ‘거짓말쟁이’이지만 실제로는 상대를 매우 능멸하는 말이다. 외국인 선수를 잘 뽑았던 SK는 올해 이들 3명이 모두 속을 썩였다. 스캇과 레이예스는 퇴출됐다.

 김응용 감독과 이만수 감독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 8월 안에 극적인 반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시즌 중에라도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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