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동생들 위해 종일 파리 사냥 … 큰 오빠 개구리의 내리사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꿈에서 맛본 똥파리
백희나 글·그림
책읽는곰, 48쪽
1만1000원

어느 작은 연못에 다른 올챙이들보다 일찍 알에서 깨어난 큰오빠 개구리가 있었다. 어른 개구리들이 일을 나가면 올챙이 동생들을 보살폈다. 하루는 큰오빠 개구리의 파리 사냥을 지켜보던 올챙이 동생 하나가 “오빠, 나 배고파!”하고 큰 소리로 불렀다. 큰오빠 개구리는 긴 혀를 쭉 뻗어 파리 한 마리를 잡아 건넸다. 그 모습을 본 올챙이 동생들은 “와아!” 환호성을 지르고는 “오빠, 나도!” “형아, 나도!” 하며 입을 내밀었다. 큰오빠 개구리는 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외면할 수 없어서, 혹은 조금 우쭐해져서 종일 파리를 잡아대느라 녹초가 된다. 큰오빠 개구리는 꿈에서 치킨 맛, 군만두 맛, 순대 맛, 요구르트 맛이 나는 대왕 똥파리를 삼키고 기운을 차리는데….

 『구름빵』(2005)의 백희나 작가가 내놓은 신작. 트레이싱 페이퍼에 색연필로 엷게 색을 입혀 오려낸 뒤 라이트박스 위에 차곡차곡 올려 촬영해 만든 그림책이다. 착한 개구리가 살고 있을 듯한 물빛을 닮았다. 어른들이 큰 아이들을 돌보고, 그 아이들이 동생들을 돌보는 내리사랑의 과거가 추억처럼 영롱하다. 아침을 거르고 출근한 아빠를 걱정하는 고양이 남매(구름빵), 낯모르는 할머니에게 하나밖에 없는 요구르트를 양보하는 덕지(장수탕 선녀님), 집 잃은 달토끼들을 걱정하는 늑대 할머니(달 샤베트) 등 주인공들의 선한 바람이 마법처럼 이뤄지는 전작들과도 상통한다. 3세 이상.

권근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