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참극 막은 '항공구조 5형제'의 의로운 최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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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늘도 저희 119소방관들은 최고가 되겠습니다.’

 강원소방본부 항공구조대 소속 이은교(31) 소방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지막으로 올린 글이다. 이 소방사는 평소에 틈틈이 이런 글을 올려 구조대원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졌다고 한다. 엊그제 이 소방사를 포함해 5명의 소방관이 탄 소방구조 헬기가 광주광역시 도심에 추락해 탑승 대원 전원이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순직한 5명의 소방관들은 강원소방본부에서 ‘항공구조 5형제’로 불렸다고 했다. 끈끈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사고가 나면 언제든지 곧바로 출동해 과감하고 능숙하게 인명을 구조해내 그런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세월호 현장에서 구조·수색 활동을 벌어온 ‘5형제’는 그날도 광주공항에 대기하다가 팽목항 주변의 기상이 좋지 않아 강원본부로 복귀하려다가 변을 당했다.

 헬기는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중학교 바로 옆 도로에 추락했다. 아파트단지와 불과 15m 떨어진 지점이었다. 인구밀집 지점에 추락했더라면 수십 명 이상이 희생되는 큰 참극이 일어날 수도 있다. 현장 목격자의 증언과 추락 당시 영상을 종합해보면 조종사가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아파트·학교를 피해 도로변으로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순간까지 시민의 안전을 지켜내는 살신성인의 자세를 잊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승객을 버려두고 도망친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혀를 찼다. 또 천천히 가라앉는 세월호 주변을 맴돌기만 했던 해경의 무능과 비겁에 할 말을 잃었다. 아이들에게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방관들의 의로운 행동은 참담한 들판에서 피어오른 숭고한 꽃과 같다. 우리는 ‘항공구조 5형제’에게 살신성인에 걸맞은 예우를 해줘야 한다. 또 이들 한 명 한 명을 또렷이 기억하며 의로움을 널리 알려야 한다.

 고(故) 정성철 소방경, 박인돈 소방위, 안병국 소방장, 신영룡 소방교, 이은교 소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