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내일」을 위한 포석"… 13개국서 50개 기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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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인들이 여기까지 우리를 찾아 올 줄은 뜻밖이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l2월 128일 본사 남극 답사반이 남극반 도 서해안 중앙에 있는 「아르헨티나」의 「브라운」기지를 방문했을 때 기지대장 「프레테」 박사(48·의학) 등 20명의 대원은 「귀한 손님」이라며 뜨겁게 환영해 주었다. 답사반원들이 「조디액」(고무보트)를 타고 「브라운」기지에 접근해 가자 어느새 알아차렸는지 그들은 기지 앞 바닷가에까지 나와서 환영의 손짓을 하는 것이었다.

<"한국인들이 올 줄 몰랐다.">
인사를 나눈 다음 이야기가 오갔다. 『대원들은 몇 명이죠?』
『20명입니다. 내년엔 10명 증원됩니다.』 『하는 일은?』 『해양생태에 관한 연구와 남극의 기상「체크」입니다』
『당신네 기지는 참으로 경치좋은 곳에 있군요. 한국은 당신네 기지 이웃에 기지를 설치하고자 하는데 귀하의 의견은?』
이 대목에서 그는 잠깐 멈칫했지만 곧 웃으면서 『노·프로블럼』(문제없다)이라고 했다. 그들은「인터뷰」가 끝난 다음 기지의 구석구석을 안내해 보여주었다.
10여명이나 될까. 다시 그들의 공동거실에 돌아와서 앉자, 「스카치·온더·록스」가 나왔다.
『이건 5백년이 좀 더된 얼음이오. 남극이 아니면 얻기 어려운 옛 열음이지요.』
「프레데」박사는 술잔 속의 얼음을 가리키면서 유쾌하게 웃어젖혔다.
답사반은 생각조차 못했던 세종대왕 때의 얼음으로 「온더·록스」를 마신 셈이 됐다. 최근 동경의 어떤 약삭빠른 상혼은 남극에서 얼음을 채취, 무공해의 옛 남극 얼음이라고 내세우면서 「온더·록스」를 팔아 수지를 단단히 맞추고 있다.
「프레데」박사한테서 「아이디어」를 따낸 것이 아닐까.
아뭏든 남극대륙의 기지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것은 얼음과 눈, 거기에서 얻어지는 물 뿐이다.

<호텔 부럽지 않은 기지시설>
그 이외의 어떤 것도 쌀 한 톨에서 석유 한 방울까지 모두가 멀고 먼 본국으로부터 보급을 받아야 한다.
원주민이라고는 단 한사람도 없었던 남극대륙에 오늘날 주민 아닌 남극주민들이 여름에는 3천5백명에서 4천명, 혹한의 겨울에는 1천명 가량 살고있다.
기지라는 이름의 집을 짓고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대원들이다. 남극 대륙의 곳곳에 잇는 기지는 모두 13여개. 기지에는 3가지가 있다. 여름에만 사용하는 하기기지, 1년 내내 사람이 사는 월동기지, 용도가 폐지되어 사람이 전혀 살지 않고 있는 폐기기지 등이다.
본사 남극 답사반이 현지에 갔을 때 월동기지는 11개국의 33개였다.(「아르헨티나」8개, 소련6개, 영·미 각4개, 「칠레」·호주 각 3개, 일본 2개, 남아·불·「뉴질랜드」·「폴란드」각1개).
가장 규모가 크고 호화스러운 기지는 미국의「맥머드」기지이다. 소방서·교회·병원이 따로 있는가하면 방문객들을 위해 「호텔」까지 있다.
수송기·「헬리콥터」·쇄빙선이 있고, 취사·세탁 등 일상 생활을 도급 맡아서 처리하는 민간 용역회사가 있다. 식사「메뉴」는 대도시의 일급 「호텔」의「레스토랑」과 비교해 손색이 없을 정도. 원자력 발전소가 72년까지 가동했었다.
가장 작은 기지는 「뉴질랜드」의 「반다」 하기기지. 「드라이·밸리」계곡에 있는 기지인데 대원은 2명. 간혹 탐방객이 찾아오면 주인온 방을 내주고 밖으로 나가서「텐트」를 치고 잠을 자야한다.
특징 있는 장소에 도사리고 있는 기지로는 불의「뒤르빌」기지, 미의 「아문센-스코트」 기지, 소의「보스토크」 기지다.

<보스토크, 영하88도까지>
불의 기지에는 1년 중 1백일이상 초속30m의 태풍이 분다. 미의 「아문센-스콕트」기지는 남극점에 있고, 소의「보스트크」기지는 추울 때 섭씨 여하 88.3도까지 내려간다.
「킹·조지」도에 소련의「벨링즈하우젠」기지와 나란히 있는 「칠레」 의 「프레이」 공군기지는 「브라운」기지보다 좀 크긴 했지만 사정은 비슷했다. 대원은 23명, 모두 군인들이다. 그러나 남극조약에 의해 비무장이다.
기지를 한곳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은 그 정도에 따라 차이가 심하다. 요즈음 서독이 기지를 건설중인데 약 40억원의 건설비용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4곳 운영비 연천억여원>
운영비도 쓰기 나름이다. 미국은 초「딜럭스」기지인 「맥머드」에만 69년 한해에 1억2백만「달러」(약6백억원)큘 썼고 나머지 3개 기지에는 8천만 「달러」(약4백64억원)를 썼다.
미국온 70년대에 들어서 경비와 인원을 줄이고 있고 영국은 5, 6개의 기지를 폐기한바 있다.
이와는 반대로 소련은 늘리고 있다.
남극대륙에서 가장 요지인 남극반도에 대해 영국·「칠레」·「아르헨티나」 등 3개국이 영토권을 주장하고 있는데, 「칠레」는 반도에 육·해·공 3군의 기지를 갖고있고 「아르헨티나」는 8개의 월동기지를 모두 남극반도에만 설치하고 있다. <브라운 기지에서><글손석주 특파원 사진 김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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