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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제의 내용 보도안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19일 판문각1층 왼쪽방에 마련된 공동기자실은 초록색 「카피트」를 새로 깔고 창문 4개에 「베이지」색 대형 「커튼」을 쳐놓아 온화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무척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했다.
20평 남짓한 기자실의 서쪽벽에는 회담장과 같이 천연색의 금일성초상화(가로50cm·세로80cm)가 걸려있고 소형 「샹들리에」12개에는 대낮인데도 불을 켜놓았다.
벽쪽으로는 의자16개가 빙둘러 놓였고 6개의 탁자위에는 「인삼」·「락원」·「목란」 등 3가지 담배와 성냥·재떨이등이 단정히 놓여 있었다.
북한측은 기자실에 맥주(15도)와 동해에서 잡았다는 대구포·오징어를 비롯, 오미자단물·배단물·과자·사탕·「까까오사탕」(초컬릿)등을 푸짐하게 내놓아 1백여명의 남북·외신기자들은 맥주를 서로 부어주며 건배를 들었다.
맥주병에 표시된「BEER」라는 영문자를 보고 우리측 기자들이 『영어를 쓰느냐』고 묻자 북측기자들은『수출품이어서 그렇다』고 대답.
북한측기자들은 『간밤에 쌓인 눈이 녹는 것은 남북기자들의 마음이 서로 부딪쳐 열이 나기 때문』 이라고 수선을 떨면서 『위장병에 좋으니 많이 들라』고 붉은색의 오미자단몰을 권하기도.
우리측 기자들이 『맥주까지 내놓은것은 너무 과용한게 아니냐』고 묻자 북측기자들은 『남쪽 기자들은 술얘기가 기본』이라고 받아넘겼다.
북측기자들은 『선거는 정말 내년에 하느냐』, 『헌법은 언제까지 만드냐』는등 한국의 정치상황에 관해 많은 질문을 던졌다.
다음은 남북한기자들 간에 오간 대화내용.
▲남=북한언론이 북쪽의 제의만 보도하고 남한측의 제안내용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않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닌가.
▲북=뜻을 함축해서 보도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뿐이다.
▲남=북한에서는 당성이 강해야 결혼자격을 얻을수 있다던데….
▲북=북한을 헐뜯기 위해 하는 소리다.
▲남(경비원의 별3개가 달린 졔급장을 보고)=저 계급장은 무엇인가.
▲북=남한기자들은 체격이 매우 좋은것 같다.
▲남=남한에서는 발육기에 영양섭취를 잘하기 때문이다. 지금 중·고교생들은 하늘을 찌를듯이 크고 있다.
▲북=남북통일이되면 우리민족 모두가 체격도 좋아지고 체력도 향상될 것이다.
▲남=백두산등반은 자주하느냐.
▲북=1년에 한번꼴로한다. 백두산은 기후가 변화무쌍해 여간 신비스럽지않다.
▲남=김정일은 과연 김일성의 후계자리를 지켰는가.
▲북=김정일은 묵묵히있는데 일본신문들이 떠들어대고 있다. 허위날조다.
▲남=6·25대 남북인사들의 근황은 어떤가.
▲북=그 사람들은 일부 늙어서 죽고 일부는 살아있다.
▲남=70년JAL기를 납치했던 적군파들의 근황은 어떠한가.
▲북=JAL기납치범들은 일부는 외국으로 가고 일부는 대학서 학습중이다.
▲남=과거 적십자회담대표로 기용했다가 평양에서 발이 묶인 김병직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북=김병직은 정무원부장으로 있다.
▲북=한국정치는 「3김」의 각축장이 될것같은데 사실인가. 공화당 소장의원들의「정풍운동」은 「숙정운동」같은데 골치깨나 아프겠다.
▲남=진짜 자유민주주의를 하려면 이같은 진통을 겪어야 한다. 우리는 민주·자유선거로 잔뜩 부풀어있는데 북한은 언제 대의원선거를 하느냐.
▲북=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는 내년인 것같다.
▲남=소련이약소국인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하는데 북한은 왜 가만히 있는가.
▲북=우리는 중립이다. 그친구들이 공연히 일을 저질러 놓았다.
▲남=총리회담을 제3국에서 못할 이유라도 있는가.
▲북=서울에 한번 가고싶다.
실무대표들에게 압력을 가해 서울·평양에서 할 수 있도록 해달라. 모든 민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회담을 해야지 않겠는가.
개헌은 최규하의 말과 뜻대로 돼가고 있는가.
▲남=대통령에게 그런 무례가 어디 있는가. (김일성초상화를 가리키며)우리도 마음대로 불러도좋은가.
▲북=미안하다. (『최대통령께서는』으로 정정)
한편 대부분 40대이상으로 보이는 북한측기자들은 까만 양복에 옥양목 「와이셔츠」, 현란한 색깔의 「넥타이」차림.
기계를 대 바짝 위로 깎은 상고머리에 깡마른 체구는 『진짜 기자인가』 고 의심케할 정도였다.
각기수첩과 「아사히· 펜택스」「니콘」등 일제 「카메라」등을 들러메고있었으나 취재하려고 수첩에「메모」하는 모습은 보이지않았다. 【판문점=김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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