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사회과학|80년대를 이끌어갈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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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회과학의 수입 학문적 성격은 사회학에서도 두드러진 다. 한 때 유행처럼 번졌고 지금도 걸핏하면「만능의 자(척)」처럼 쓰이는 사회 조사방법을 사회학자 스스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린 것도 그 때문이다.
중진사회학자 이만갑 교수(서울대대학원장) 는 『사회조사방법이 50년대 중기 각 대학 사회학과 교과목에 포함되면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졌다면서『당시 한국사회 발전을 위한 방향을 찾고 한국사회의 실태를 알아야겠다』는 요구가 늘면서「붐」을 이뤘다고 들이킨다.
그러나 이 방법은 미국에서 발전된 것이어서 미국사회를 파악하는데는 도움이 될는지 모르지만 한국사회를 파악하는데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70년대에 들어서면서 커지게 되었다.
70년도 한국사회학대회에서『현대사회학의 이론과 방법-한국사회에서의 적용 가능성』 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학자들이 입씨름을 벌인 것도 가장 큰 타기트는 바로 이 사회조사 방법론이었다.
심지어『쓰레기를 넣어 쓰레기를 만든다』는 비난이「양적인 연구」를 향해 쏟아졌다.
70년대에 들어서 되풀이된 학문방법론의 반성을 황성모 교수(충남 대)는 학문의 주체화 경향이라고 풀이한다.『사실 토착화도 주체화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게 황 교수의 주장. 지난 78년 고려대 홍승직 교수는 한국의 사회학자들이 사회과학의 토착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조사한 적이 있다.
서울과 지방 모두 5명의 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 따르면「지적 영향을 어디에서 가장 많이 받았는가」하는 질문에 75%가 외국학자에게서 받았다고 하는 응답이 나왔었다.
또 이들 중 79%가「사회과학의 토착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고, 71%라는 압도적 숫자가 한국 사회과학은 한국의 지적 전통과 별로 관계가 없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이는 결국 한국의 사회과학이 한국의 지적전통과 연속적 관련이 있도록 되어 주었으면 하는 희망을 표현한 것으로 홍 교수는 받아들였다.
이 같은 외내적 풍조에 더하여 80년대에 반성·시정되어야 할 부정적 학계풍토는 사회학계 안에서도 적지 않다. 「장이 정신」의 부족과 아카데미즘의 미 확립, 그리고 허황된 방법논 논의가 그것이다(고려대 최재석 교수의 말).
「장이 정압」의 부족이란 한 분야를 좁고 깊게 일생 동안 파고드는 학자들이 드물다는 얘기다. 사회학 연구가 이른 연구와 구체적인 어떤 사회의 연구로 대별된다면 이론의 연구는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진 형편으로 봐서 외국 이론의 체계적·비만적·집중적 소개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은 전공자를 쉽게 잡기가 힘든 게 60, 70년대 학계의 실정이었다.
해방 후부터 오늘까지 나온 사회학 개론서나 입문서는 모두 22종. 그러나 뒤에 나온 교과서가 하나도 앞의 교과서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발전 사에 관한 논문이 20개 가까이 나왔지만 대부분 선행연구를 보지 않고 발표한 것은 학자의 기본태도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뿐만 아니라「세미나」는 형식에 그쳐 학계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되며 연구비와 관련, 자기 전공이외의 분야에 손을 벌리는 학자도60, 70년대는 많았다는 반성도 나오고 있다.
최재석 교수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회학회에서 주최한 11차례의 「세미나」가운데 방법론이 주제로 된 것이 8회다. 그러나 대부분 추상적인 논의에 그쳤고 한국사회 연구에 적합한 구체적 연구방법이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80년대의 사회학계를 이 같은 부정적 풍토의 반성 위에서 전망한다고 할 때 가장 낙관되는 것은 역시 인적자원의 풍요라고 학계 중전들은 보고있다. 이들 중진이 추천하는 사회학계의 새 세대에 의해 80년대에 뿌리를 내릴 전공 분야의 분화도 특기할만하다.
인문주의사회학에서 발전사회학에로 다양한 관심을 제기하는 김경동 교수 (44), 최근「민중사회학서설」이라는 논문을 발표, 관심을 모은 한완상 교수(44)는 서울대의 해외 파 젊은 교수를 대표하는 쌍벽이다. 역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박영신(42), 전병재(43), 안계춘(41) 교수는 연세대사회학과의「트리오」. 각기 구조 기능주의·상징적 상호 작용론, 그리고 인구학에 일가를 이루고 있다.
또 음양의 이완구조로 한국사회를 설명하는 강신표 교수 (44·이화여대) 의 이론도 앞으로의 전개가 주목된다.
정신문화연구원에서 최근 고려대로 복귀한 임희섭 교수(43) 는 사회심리학 전공의 미「에모리」대 박사. 산업사회학 전공의 심윤 종 교수(39)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 출신으로 프랑크푸르트 학파에 대한 연구로 알려져 있다.
이동원(43·이대) 조형(37·이대) 심영희(37·전남대)교수는 가족인구학·여성학·현장학 이론에 밝은 사회학계의 여류들이다.
이들 해외파와 대조적으로 한국사회 이론연구에 힘을 쏟는 사회학자는 많지 않다. 「독립협회연구」와「조선지배층연구」로 이름높은 신용하 교수(43·서울대), 김영모 교수(42·중앙대)를 비롯, 김진균 교수(43·서울대)가 산업사회에 들어서는 한국도시사회의 연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외국이론의 한국적용 가능성을 시도하는 적지 않은 학자들이 한국사회 이론 연구의 인구를 늘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방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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