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테러자금 감시 APG 가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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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무기개발자금 및 테러자금 거래 방지를 주요 목표로 하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에 사상 처음 가입했다. 금융제재 완화를 이끌어내려는 고육책으로 해석돼 미국 등의 대응이 주목된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자금세탁방지기구(APG)’는 전날 마카오에서 정례총회를 열고 북한의 옵서버 자격 회원 가입 신청을 승인했다. APG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자금세탁방지 금융대책기구(FATF)’의 아태 지역 기구다. 한국·미국·일본·중국·호주 등 41개 회원국이 활동 중이며 영국·독일·프랑스 등 7개국과 FATF·유엔·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ADB) 등 27개 국제기구가 옵서버로 등록돼 있었다. 자금세탁 방지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한국 정부 대표단은 북한의 가입에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옵서버가 되기 위한 조건을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밝혀 APG의 승인을 이끌어냈다. APG 옵서버는 정회원이 준수해야 할 6개 위임사항(terms of reference) 중 3개를 준수해야 한다. 여기에는 ▶자금세탁, 테러자금 및 핵무기개발자금 지원 방지 필요성 인정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반(反)자금세탁, 반테러자금지원 관련 법안 제정 및 시행을 위한 노력 등의 조건들이 포함돼 있다. 핵무기와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및 관련 자금 거래 의심을 받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인데 이를 모두 수용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금융제재로 자금난이 심각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미국과 중국이 지난해 북한의 외국환 거래 은행이자 통치자금 조성용 자금세탁 창구로 알려진 조선무역은행 계좌를 폐쇄하고 금융거래를 중단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북한은 2005년에도 미국이 대외자금세탁 창구로 알려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내 북한 계좌를 동결하는 바람에 심각한 외화 부족 사태를 겪었다.

 정부는 북한이 금융제재 완화를 기대하면서 일종의 ‘성의’를 보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미국 국무부는 지난 5월 북한을 ‘대테러 비협력국’으로 지정하면서 북한의 FATF·APG 미가입을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등의 강력한 금융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면서 북한이 꿈틀하고 튀어나온 것”이라며 “미국 등은 북한의 APG 가입조건 이행 정도를 점검해가면서 제재 완화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북 탄도미사일 논의=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비공개 협의를 통해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문제를 논의했다. 북한은 유엔이 그동안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이용,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노동 미사일과 스커드로 추정되는 12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박진석·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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