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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넣으면 한국 드라마서 본 불고기 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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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탈리아 로마의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직원 전용 식품매장에서 FAO 직원들이 김·컵라면 등을 맛보고 있다. [사진 주 이탈리아 한국대사관]

로마제국의 카라칼라 황제(재위 211~217)가 만든 대형 목욕탕 인근의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직원 전용 식품매장. 지난달 말 새로운 히트 상품이 생겼다. 한국산 김과 불고기 양념이다.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로베르토 보나페데 FAO 매장 총괄 매니저는 “치보 코레아노 메노 말레(‘한식, 대박’이라는 이탈리아어)”가 입버릇이 됐다. 이달 초엔 이탈리아 와인과 프랑스 치즈 옆에 소형 태극기를 붙여 놓은 별도 코너까지 마련했다.

 330㎡ 규모의 이 매장은 진입 문턱이 높기로 유명하다.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FAO 측이 꼼꼼히 고른 검증된 제품만 들어올 수 있다. 세계화에 성공했다는 일식도 구색만 갖추고 있을 정도다. 자국 음식에 자부심이 유독 강한 이탈리아인들이며 세계에서 선발된 엘리트 국제기구 직원들의 눈도 높다. FAO는 192개 회원국을 둔 유엔산하기구로 로마 상주 직원만 3000명이 넘는다.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 측에서 보나페데 매니저를 설득하기 시작한 건 올해 초다. 보나페데는 17일 “처음엔 한식 재료가 과연 팔릴까 싶었는데 반응이 뜨거워 놀랐다”고 했다. 구매한 고객들의 국적은 미국·영국·알바니아 등으로 다양하다. 손님들은 “이 양념을 어떤 고기에 재워야 한국 드라마에서 본 불고기가 되느냐”는 질문부터 “김은 언제 다시 들어오느냐”는 질문을 한다고 그는 전했다. 고추장·된장을 사서 요리에 응용하는 이들도 생겼다. 짭조름한 김은 맥주 안주로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주이탈리아 대사관 관계자는 “지난 6월 말 입점 당시엔 6개월 계약을 겨우 따냈지만 이젠 매장 측에서 장기간 계약을 맺자고 제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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