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헌작업 늦어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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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회 헌법개정심의특별위원회의 개헌작업이 공화당 측 사정으로 지연되고 있어 당초 예정했던 3월말까지의 시안마련이 어려울 것 같다. 개헌특위는 8일 제 14차 회의를 열어 여야의 개헌시안을 놓고 본격적인 심의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공화당의 시안작성이 늦어져 11일 하오로 회의소집을 늦췄다. 특히 지난 달 29일 개헌공청회가 끝난 지 10일이 넘도록 개헌내용에 관한 회의 한번 열지 못하고 위원회 운영절차만 논의하는 국회 개헌특위의 거북이 걸음에 야당 일각에서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공화당 시안은 김택수 공화당 개헌특위 위원장이 중심이 되어 이미 지난 1월말 조문작업까지 마쳤으나 당무합의·의원총회 등 당 공식기구의 의결절차와 유정회 및 정부측과의 사전 의견조정을 거치지 않아 국회 개헌특위에 제출되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이 개헌안에 대한 당론을 확정치 못하고 있는 것은 그 동안 김종필 총재의 지방순시 등 당내행사가 많았던 데도 이유가 있으나 정부를 포함한 범여권의 사전 의견조정이 이뤄지지 않은데 더 큰 원인이 있다.
김총재는 정초 언론기관과의 회견을 통해 대통령 임기 5년에 1차 중임을 허용하되 선출방법에 있어서는 직선과 간선제의 장단점을 충분히 검토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사견을 밝힌바 있어 대통령 직선제에 임기 4년을 주장하는 일반여론과 다소 상치되는 면이 있고 정부는 정부대로 개헌작업을 추진하면서도 구체적인 골간을 밝히지 않고 있어 당론을 당장 결정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공화당 소식통은 8일 당 개헌특위의 안이 이미 김총재에게 보고 됐다고 전하고 다만 정부 및 친여권파의 조정 때문에 대외적인 발표가 보류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대통령 직선제에 임기 4년으로 되어 있는 이 안의 골격은 신민당의 시안과 큰 차이가 없고 다만 대통령의 권한·국정감사권 부분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화당은 내주 초 당무회의와 의원총회를 열어 이 안을 토대로 최종 당 시안을 결정할 계획이나 그전에 정부측과의 개헌안에 대한 의견교환을 가질 계획이다.
당 고위 소식통은 금주 말을 전후하여 김총재를 포함한 당 지도층이 정부 고위층과 일련의 접촉을 갖고 개헌안에 대한 정부측의 의사를 타진할 가능성이 많다고 전하고 정부측 의견이 현재의 당 특위의 안과 큰 차이가 없으면 내주 초 일련의 당 공식기구를 통해 순조롭게 매듭이 지어지겠지만 권력구조와 대통령 선거방법 등 헌법의 근간조항에 차이가 있을 때는 공화당의 당론결정 과정에서 큰 진통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만약 정부측과 사전 의견절충을 하지 못하거나 그 내용에 있어 큰 차이가 발견된다면 공화당이 당의 공식기구를 통한 당론결정을 보류하고 당 개헌특위의 시안으로 안을 국회 개헌특위에 제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국회 개헌특위가 완벽한 조문을 작성하지 말고 중요부문에 대한 골격만을 만들어 정부에 이송하고 조문화는 정부측에 위임하자는 주장도 나와 있고 대통령의 직선제 채택에 이의를 제기하는 측이 없지 않아 앞으로 당론결정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민당은 공화당이 시안제출을 계속 당 내외 사정으로 지연시킬 경우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방침을 세우고 내주 초까지도 시안을 내지 못하면 별도의 개헌작업을 추진하는 문제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당의 박해충 국회 개헌특위 간사는 『공화당이 계속 개헌작업을 지연시킨다면 별도의 개헌작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며 『헌법논의를 국회 밖으로 확대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원외협의체를 구성하는 문제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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