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반도와 「유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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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앞으로 수일후면 미 국방성과 합참은 매년 발표하기로 되어있는 국방보고서와 방위태세보고를 또 제출할 것이다.
미 국방성과 합참은 이번 연례보고를 통해 「카터」대통령의 대소 강경대응책을 더 구체적으로 적시할 것이라 하며, 특히 한국 등 동북아의 대소 억지력 강화에 각별한 역점을 둘 것이라 추측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물론 그 보고서의 발표후라야만 확실히 알 수 있는 일이나 차제에 우리는 왜 그증에서 특히 동북아와 한국이 미국의 「글로벌」한 대소 전략상 「유럽」과 동일한 전략적 가치가 부여돼야 하는가를 다시한번 지적해 둘 필요를 느낀다.
소련의 최대한 전략목표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서구와 미국 자체까지도 무력화시켜 종국적인 세계적화를 달성하는데 있다.
그러나 그러한 최종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소련은 몇개의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바로 서구의 무력화 내지 전략적 제압, 그리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유리한 조건으로서의 중공·일본 및 서태평양 등 동북아에서의 우선적인 군사적 「패리티」(균형) 내지 우위확보다. 이러한 동서연계 전략을 감안할 때, 소련이 근년들어 유달리 동북아 지역의 육상병력과 해·공군력의 증강에 급급하고 있는 까닭은 쉽게 짐작이 가는 일이며, 미국의 서구방위와 미 본토 수호를 위해 동북아가 얼마나 긴요한가 하는 것은 물을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반도는 소련의 남진정책과 미국의 대소 전략상 중요한 지정학적 교차점에 위치한 지점이다. 한반도의 이북이나 전부가 만약 소련의 영향권하에 들어간다고 가정할 때 소련의 만주 포위망과 태평양으로의 함대진출 능력은 현저히 강화될 것이며 미국의 「아시아」연안 열도 방위선상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일본의 안전 또한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소련은 이미 이와같은 사리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극동에 「미그」27기와 「백파이어」기 및 핵잠함을 증강배치했고, 북한의 나진항 등 함경북도를 소련 태평양 함대의 후방기지로 만들고 싶어한다는 저의도 얼마전 모 외지에 의해 유추된 바가 있다. 이밖에 소련은 대전 전의 일본 북방 4개도서에도 기지를 신설하고 해병대 병력을 진주시켰다는 보도이며 「캄란」만의 기지화 역시 이미 정설화되다시피한 이야기다.
「미사일」 전력에 있어서도 소련은 「오호츠크」해와 간도 열도의 동쪽 해역에 SSN18 「미사일」을 적재한 「델터」급 원잠을 배치할 기세인데 이는 10개 탄두의 MIRV를 적재한 SLBM을 미 본토에까지 보낼 수 있는 능력이 구비돼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크렘린」의 이같은 남하추세를 감안할때,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동「아시아」의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역관계를 균형 또는 파괴하는 관건으로서의 한반도의 전략적 비중은 클 수밖에 없는 것이고, 한반도의 전략적 균형의 유지야말로 동「아시아」 전체의 균형과 대소 억지력을 확보하는데 핵심적 요건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그간 안일한 「디스인게이지먼트」 정책으로 한때 주한 미지상군의 전면철수까지 고려한 바가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그것은 북괴 군사력의 일방적인 증강만을 가속화시켜 한반도의 전략적 균형을 깨뜨리고 동「아시아」 전체의 안정을 해칠 우려를 제기했을 뿐이다.
이제 소련 팽창주의를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대항결의가 천명되고 있는 마당에 미국은 마땅히 주한미군 철수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서구 편중이나 「스윙」전략에서 탈피하여 「유럽」과 동북아의 공시적 방위력 증강에 최대한 역점을 두어야 할 때라 생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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