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통령선출방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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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가 통치구조에 대한 골격이 잡히기도 전에 대통령을 직접 뽑을 것인가, 간선제로 할 것인가를 두고 논쟁이 붙어 있다. 대통령제는 직선이고, 의원내각제면 간선이라는 헌법학상의 대세로 볼 때 쟁점의 선후가 바뀐감이 있다. 그러나 이번 개헌의 대체적 방향이 대통령 중심제에 의원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절충적 성격이 되리라는 시사이기도 하다.


논쟁의 발단은 김종필 공화당 총재가 연초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의 직접선거는 비용과 국가정력의 낭비, 지역감정대립을 첨예화하는 등의 부작용을 수반하니 다른 방법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데서 비롯됐다.
개헌안의 국민투표 발의권자인 최규하 대통령도 정부의 개헌원칙으로 분단상황과 극단적 국론 분열방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정권담당자의 입장에서 본 현실론을 강조했고 실제 정부 일각에서 간선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간선의 방식으로는 ▲국회에서 의원들이 선거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들이 선거 ▲국민이 선거인단을 선출하고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거하는 것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중에서 선거인단을 통하는 방식은 현 통일주체국민회의와 유사한 점 때문에 국민적 합의를 얻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여러 단체에서 행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직선제를 희망했고 야당이 여기에 가세함으로써 대통령의 선출방식을 둘러싼 논쟁은 가열될 상황이다.
직선제를 원하는 사람들은 김택수 국회개헌특위위원장의 말처럼 『다수 국민이 간선제를 민주화의 장애물로 보고 있고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고 싶어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논리의 저변에는 간선으로 대통령을 뽑았던 유신체제에 대한 반동이 짙게 깔려 있다. 또 자유화·민주화가 안보나 경제건설과 양립하기 어렵다는 그간의 패권자측 논리를 강력하게 거부하면서 앞으로의 정치과정에서는 시민의 영향력과 견제력을 보다 크게 반영해야한다는 희망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여론의 무책임성보다는 통치자의 편의주의가 과거 더 큰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보는 사람들은 직선제를 하더라도 돈을 덜 쓰고 지역감정을 덜 촉발하는 제도가 있다고 제시한다. 김철수 교수(서울대)는 대통령께는 당연히 직선으로 해야하며 한꺼번에 1백만 청중을 동원해야겠다는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6백만대가 넘는 TV를 이용하거나 연설기회를 많이 주면 돈을 덜 쓸 수 있다고 예시했다.

<간선제는 밀폐정치 우려>
정·부통령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하거나 대통령·국회의원·지방의회선거를 동시에 하면 지방색 경쟁과 선거의 과열을 줄일 수 있다는 안도 제시했다.
이해원 의원(유정)은 지역감정이 꼭 선거 때문에 생긴 것이라기 보다는 선거 후 권력자가 공직을 주변인물들에게 남용했던 탓이 더 컸다며 간선제야말로 밀폐정치·측근정치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간선제를 반대하는 사람 중에는 정계의 부패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한다. 김택수 의원은 우리나라 정치인의 행동양태로 봐서 적은 숫자에 투표권을 제한할 경우 69년의 3선 개헌파동에서 본 것처럼 자칫 득표보다는 매표와 강력이 판쳐 변절자를 만들어내는 등 정치풍토를 타락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가 간접선거를 해야할 만큼 지역이 넓거나 인구가 많지 않다 ▲국민의 직접선거라는 정당성이 없이는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어렵다(김철수) ▲정부·여당측에서 거론하는 간선제는 『승산이 없으니까 하는 위인설법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조세형 의원)이라는 등의 지적도 있다.
이에 반해 간선제를 지지하거나 직선제의 단점을 크게 부각시키는 논지는 일시적 흐름이나 인기주의 혹은 성급한 개혁론을 경계하고 북괴의 위협 속에 경제건설을 해야하는 우리의 현실을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원내각제를 지론으로 하고 있는 전진오씨는 우리나라 같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유고가 되면 나라가 유고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회서 선출엔 반대 많아>
유신헌법을 만든 한태연 의원은 『미국이 제헌당시 대통령 간선제를 택한 것은 직접투표가 국가이익의 분산을 가져올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국방에 문제가 없는 사회라면 몰라도 우리의 실정으로는 간선제가 더 바람직하다고 했다.
공화당의 어떤 의원은 71년 대통령 선거에서 약2백억원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그 10배는 들것이고 그렇게되면 인플레를 유발해 가뜩이나 불안한 경제체질에 심한 타격을 주게될 것이라고 경제적 측면을 지적했다.
직선을 하면 인물중심이 아닌 바람의 선거가 될 것을 우려한 김영광 의원(유정)은 선거를 두 번 치를 경우 적어도 6개월의 행정공백을 가져오며 국가예산이 집권당에 의해 득표중심으로 불균형·무원칙적으로 집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후보자가 선거공약을 남발해 안보문제까지 건드리는 무책임한 선동정치의 분위기로 몰아갈 우려가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간선제를 하는 경우에도 국회에서 선출하는 방식에는 더 반대가 크다.

<정치의식의 수준이 문제>
김철수 교수는 굳이 문선을 한다면 방식은 각기 동수로 구성된 국회와 지방의회에서 선출하되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은 자신의 당선에 앞서 『대통령은 누구를 찍겠다』는 것을 사전에 공약해 대통령 선출권을 유권자들로부터 위임받는 형식이 되어야한다고 제시했다.
한태연 의원은 정당의 개입만 허용한다면 현 통대의 2배수인 5천명 정도의 선거인단을 국회의원 선거 때 따로 뽑아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선거방식을 두고 이같이 견해가 대립하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공명하고 합법적인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없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결국은 국민전체가 어느 수준의 정치문화를 지니고 있느냐에 달린 것 같다. <전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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