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컴퓨터 국내서도 제작|한국과학원 박철희 박사「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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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내 최초로 최신의 설계방식을 사용, 중형「컴퓨터」(X-77)가 제작되었다.
한국과학원 박철희박사「팀」(전산과)은 지난 76년부터 19명의 과학원 학생들과 힘을 합쳐 획기적 방법으로 「컴퓨터」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국내기술로는 도저히 불가눙하다고 생각해 왔던 대형「컴퓨터」 생산이 우리도 해볼 수 있다라는 분야로 바뀌게 되었다.
박 박사는 우선 「컴퓨터」의 기본 소자가 되는 「마이크로프로세서」(고밀도의 집적회로)의 값이 기술혁신으로 급격히 떨어졌고 미국에서 새로운 「컴퓨터」제작법이 개발된 데 착안, 연구에 착수한 것. 「마이크로프로세서」는 가로 5㎜·세로 5㎜의 크기 속에 수만 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있는 전자회로다(현재는 최대 6만5천 개의 「트랜지스터」를 넣을 수 있다) .
박 박사「팀」의 「컴퓨터」 제작과정을 순서대로 살펴보면-.
①먼저 「컴퓨터」를 제작하기 전에 대형「컴퓨터」속에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들어 있는 것으로 가상, 「프로그램」을 작성해 여러 번 「컴퓨터」설계의 모의실험을 한다.
이렇게 하면 어떤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지의 방법이 나온다.
②모의실험의 결과를 사용하여 「컴퓨터」중앙처리장치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본다. 이것을 「마이크로프로그램」이라고 한다.
③각 「마이크로프로그램」을 가지고 가상의 기계상태를 알아보는데 이것은 설계된 「컴퓨터」가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여기까지는 종이와 연필만 가지고 「컴퓨터」가 갖는 구조를 여러 번 설계해 본 것에 불과하다.
이 과정은 건물을 짓기 전에 「설계자」가 얼마든지 머릿속에서 「설계」를 할 수 있는 것과 같다.
④이제 값싼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구입해 실험한 설계대로 제작하여 기계상태를 알아본다.
이것과 모의 실험에서 나온 결과를 비교하여 「컴퓨터」가 완전하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⑤다음 입력장치·출력장치·보조「마이크로컴퓨터」를 연결하고 전체의 운용「시스템」 을 기계에 기억시켜주면 「컴퓨터」가 완성된다.
이번 제작된 「컴퓨터」는 명령문 하나를 수행하는데 10억 분의 1초가, 「데이터」 기억단위는 16「비트」(6만5천여 자 식별가능)로서 한글·영자 처리도 가능하다.

<장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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