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종합병원 원정' 끝날까 아산 시민들 재개원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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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매를 통해 새 주인을 찾은 한사랑아산병원. 지난해 경영난과 내부 갈등으로 파산해 1년 넘게 방치돼 왔다. 사진=채원상 기자

응급진료시설을 갖춘 병원이 아산 지역에 언제 다시 문을 열까. 아산 시민들은 새 주인을 찾은 한사랑아산병원의 정상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아산에서 유일하게 응급진료시설을 운영해 온 한사랑아산병원은 지난해 파산으로 경매시장에 나왔다. 이후 1년3개월 동안 병원 문을 닫았다. 그러다 지난달 27일 권영욱 전 영서의료재단 이사장과 영서의료재단(천안 충무병원)이 낙찰을 받았다. 당시 영서의료재단 측은 “9월에 다시 개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9월 개원 사실상 불가능

하지만 9월 개원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치권·점유권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1년간 방치돼 온 병원의 각종 기반시설을 보수하려면 장기간 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사랑아산병원 유치권자 대표인 메디컬건설산업 김재영 이사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유치권자와 함께 20여 명의 노조원이 병원을 점유하고 있으며, 3년3개월치 최우선 변제금(밀린 임금)을 제외하고도 건설사 등 채권자들의 유치권과 1년3개월 동안 점유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치권 금액은 30억원 규모라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일부 언론이 낙찰금액 145억원에 유치권과 노조의 합의금이 포함된 것처럼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유치권자와 노조는 낙찰자 측과 합의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내부 전기·가스·수도 같은 기반시설 대부분이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여서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필요하다. 9월 개원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낙찰자 권씨는 “유치권자가 요구하는 금액이 부풀려졌다고 판단한다. 이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뤄진 후 절차에 따라 유치권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을 다시 여는 데 필요한 의료 장비나 인력은 대부분 준비한 상태지만 유치권 문제가 남아 있어 9월 개원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한발 물러섰다.

 영서의료재단은 9월 개원을 목표로 필요한 의료기기를 발주하고 의료진을 충원했지만 당초 계획보다 개원이 늦어짐에 따라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경영난, 내부 갈등으로 파산

한사랑아산병원은 2012년 경영 악화로 인해 법원으로부터 회생 결정을 받았으나 내부 갈등 탓에 정상적인 병원 운영이 불가능해지면서 결국 지난해 4월 파산했다. 관리인인 병원장이 횡령·배임·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되고 직원 200여 명은 일자리를 잃었다. 협력업체 100여 곳은 도산하거나 경영난에 빠졌다.

 아산 시민들은 지역에서 유일하게 응급진료시설을 운영하던 한사랑아산병원이 문을 닫은 이후 천안까지 원정진료를 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2011년 말 인구 25만~35만 명의 전국 14개 시에 총 32곳의 종합병원이 있다. 1개 시에 2.2곳꼴이다. 하지만 인구 30만 명을 넘는 아산시엔 한 곳도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같은 해 발표한 지역별 의료통계를 보면 충남도 내 시·군 의료기관의 입원 환자 중 관내 주민 비율은 천안 70.2%, 공주 54.2%, 아산 39.8%로 집계됐다. 아산의 관내 환자 입원 비율이 인접 도시에 비해 크게 낮다. 충남 지역 평균 62%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난다. 비교적 증세가 약한 환자는 관내 의원을 이용하지만 중증 환자는 대부분 천안 또는 서울에 있는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아산시가 외부 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자료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가벼운 질병이나 간단한 검사는 관내 의원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29.3%로, 천안에 있는 병원을 이용한다고 답한 15.9%보다 높았다. 하지만 중증 질병이나 복잡한 검사 땐 천안의 병원을 찾는다는 응답(36.6%)이 아산 관내 의원을 이용한다는 답변(21.2%)보다 많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일반 환자들뿐이 아니다. 아산소방서에 따르면 아산이 아닌 천안이나 타 지역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한 환자가 해마다 전체 응급환자의 50% 수준이다. 병상 수 부족도 문제다.

아산시 자료를 보면 관내 병·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모두 1337병상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949병상은 3개의 정신병원에서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제외하면 아산 지역 일반 의료기관의 병상은 388개에 불과하다. 이는 서산시나 당진시·예산군보다 못한 수준이다. 아산시 조사용역 결과에서도 최소 300병상 이상 규모를 갖춘 종합병원 건립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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