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기술대, 산업 현장서 흘린 구슬땀 '즉시 전력형' 인재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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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립식품에서 현장실습을 하고 있는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소장현·김동환·최백진·정누리 학생(왼쪽부터, 이상 생명화학공학과 3학년)과 삼립식품 품질안전팀 신계원 사원(앉아있는 사람)이 윤병혁 제품연구소 수석연구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한국산업기술대]

지난 8일 햇빛이 뜨거운 오후, 경기 안산·시흥스마트허브(구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에 자리하고 있는 SPC그룹 계열 삼립식품 연구실. 연구원들 사이에서 흰 유니폼을 갖춰 입은 젊은이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진지한 자세로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던 그들은 인근 한국산업기술대학교(총장 이재훈·이하 산기대) 소속 학생들이라고 했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현장실습을 나왔다는 그들의 ‘특별한 여름방학을 보내는 법’을 들어봤다.

 이곳에선 5명의 산기대 학생들이 각 전공 분야에 맞춘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 이들은 8주 동안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한다. 산기대 정규 교과 과정에 따라 실습 일정을 모두 마쳐야 4학점을 이수할 수 있다. 실습 2주차에 접어든 김동환(생명화학공학과 3학년)씨는 “미생물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다”면서 “학교에서 비슷한 장비를 다뤄봐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실습은 오는 8월 25일에 끝난다.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이다. 방학기간 중 다른 계획은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 하고 있는 현장실습이 만족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정누리(생명화학공학과 3학년)씨는 “이 과정을 거쳐 간 선배들이 어려운 취업문을 뚫고 성공적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졸업생에 대한 SPC그룹 내 평가는 좋다. 현재 권오술 책임연구원을 포함해 4명의 산기대 졸업생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윤병혁 제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산기대 학생들은 배우는 자세가 매우 진지하고, 이론뿐 아니라 장비를 다루는 실력도 빼어나다”면서 “이 대학 출신에 대한 사내 평가가 매우 좋다”고 칭찬했다.

 산기대의 산업체 현장실습은 지난 2000년 시작됐다. 정규 교육과정으로 모든 재학생은 방학 기간 동안 산업 현장에서 최소 4~8학점을 취득해야 한다. 주당 40시간씩 8주를 근무하면 4학점이 인정된다. 산기대 LINC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광(기계설계공학과 교수) 단장은 “만만치 않은 과정이지만 취업난 탈출의 일등공신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여름방학에만 2·3학년 재학생 870여 명이 신청했다”고 전했다.

 시흥·안산스마트허브 중심에 위치한 한국산업기술대학교는 1997년 산업통산자원부(당시 산업자원부)가 전략적으로 설립했다. 중소·중견기업 최대 밀집 지역에 설립한 ‘산학협력 특성화 대학’의 원조다. 김 단장은 “개교 이래 지역산업체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활발한 산학협력 활동을 통해 취업률·국제화·연구비수주 실적이 국내 유수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현재 가족회사만 4000여 곳으로 전국 대학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강조했다.

 산기대는 ‘현장실습’과 ‘캡스톤디자인’ 교과 운영에 교육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재학 중 산업 현장에서 최소 4학점 이상을 의무적으로 취득하고 캡스톤디자인을 통과해야 학교를 졸업할 수 있다. 산기대의 현장실습 교과목 이수 비율(LINC 2차년도 사업 기준)은 50.8%로 타 LINC대학 평균(15.3%)의 3배가 넘는다. 김 단장은 “ 기업들이 산기대 졸업생을 선호한다”면서 “학생들이 기업 현장을 잘 알고 있어 채용과 동시에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산기대는 기존 방식의 현장실습과 캡스톤디자인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이 둘을 융합한 ‘C²(Creative Convergence)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김 단장은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과 실용기술을 완성도 높은 졸업작품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서 “C² 현장실습 로드맵의 핵심은 실습 경험을 취업 경쟁력으로 연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훈 한국산업기술대 총장은 “ 스펙 쌓기보다는 다양한 현장경험을 통해 학생들의 전문성과 창의력을 길러줘 ‘히든 챔피언’인 강소기업형 인재로 육성하는 게 목표”라며 포부를 밝혔다.

 배은나 객원기자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산학협력 친화형으로 대학 체질을 개선하고 현장적합성 높은 대학교육으로 대학과 지역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교육부 추진 재정지원 사업. 2014년도 사업 예산은 4년제 대학의 경우 2388억원으로 총 57개교를, 전문대학의 경우 195억원으로 총 30개교를 지원한다. 2014년부터 3년간의 2단계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한국산업기술대는 지난 5월 발표한 LINC사업 평가에서 2년 연속 최우수대학에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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