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국제수지대책|수출부진관련 새 경제대책마련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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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침체와 수출부진이 진행되면서 「인플레」와 2차 석유파동을 동시에 맞게 된 지금의 경제국면은 단순한 처방으로 풀어가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해12월 개각 이후 줄곧 경제「팀」들이 매달려 온 숙제가 바로 이 복잡하면서도 시일이 갈수록 더욱 단단해져가는 매듭을 푸는 작업이었고 경제안정종합대책은 그 첫 대결이 되는 셈이다.
이번 조치가 특히 진통을 겪게된 것은 해결해야할 과제가 성장·고용·물가·국제수지 등 광범한 부문에 걸쳐있어 정책우선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이론이 많았던 탓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이론은 원화의 평가변경을 포함할 것인가 또는 그 폭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의 문제에 주로 집약된 듯하다.
이번 구상의 골격을 짰던 한국개발연구원측은 환율조정없이 현행긴축을 고수한다면 실질성장이 거의 없을 것이고 실업율이 6%를 넘어 실업자가 9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환율을 30%정도까지 대폭인상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KDI는 이 경우 추가유동성과 초과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금리의 대폭인상을 포함한 강력한 긴축정책을 펼 수밖에 없으며 공금리수준을 27%선이상 올려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문제는 원화절하의 1차 효과로 기대하고 있는 국제수지개선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해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 점이다. 실제로 이번 구상외 확정이 여러 차례의 번복과 조정 끝에 겨우 합의가 이루어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평가절하의 1차 효과는 무역의 상대가격을 변경, 수출촉진과 수입억제를 통해 국제수지를 호전시키는데 있으나 세계경기가 적어도 상반기이전에는 계속 침체할 것이 분명하여 경쟁력강화로 인한 수출증가에 명백한 한계가 있고 수입도 석유·원자재 등 비경쟁수입이 대종인 구조에서 수입억제의 실요가 크지않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와있다.
반면 국내 물가에 대한 평가절하의 파급도는 상상이상으로 높아 관계당국의 분석으로는 도매 71%,소비자물가 파급도는 93%까지 이르고 있다. 이는 곧 환율 2O%인상만으로 국내도매는 140%, 소비자물가는 18% 이상 오른다는 계산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유휴차원이 충분치 않고 해외수요의 감소추세 속에서 환율을 올려봤자 국제수지 개선효과보다는 물가파급만 높일 뿐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정부도 확신이 안서는 환율은 뒤로 미룬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워낙 수출업체의「로비」가 강력하고 인상설에 자극된 환투기가 번져가자 마지막 결정단계에서 번복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는 곧 국내 균형의 회복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수출산업을 중심한 고용유지와 국제수지대책을 우선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문제는 이로 인한 걷잡을 수 없는 물가파란을 어떻게 뒷수습해야 하는지의 보다 중요한 과제를 이연시키는 셈이다.
유가인상의 대폭적인 물가파급까지 겹쳐질 경우 올해 물가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폭등세를 나타낼 것이 분명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은 조만간 환율인상의 국제수지 효과를 무위로 돌리고 새로운 대외 불균형으로 발전될 소지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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