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연농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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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지를 살리자. 참 농사를 짓자. 그리하여 건강을 회복하자!』
농약에 오염되고 화학비료로 굳어버린 「죽은흙」을 되살러 참된 「생명의 양식」을 지어내자는 「바른농사운동」이 일고 있다. 이운동은 호응하고 있는 농민이 아직 전국에서 3백여명에 지나지 않지만 지난 20년동안 「증산」일변도의 「과학영농」이 줄수도 있는 피해를 경고하고 있다.
한국유기자연농업연구회가 건국대학교(서울모진동) 구내의 실습농장관리사무실에서 발족한 것은 지난해 1월.
10여년 전부터 전국각지에서 자연농법을 실천·연구해오던 농민들과 「정농회」「통계회」「자연식동호회」등 「서클」회원, 각 농과대학의 일부 교수들이 이모임을 만들었다.
창립회원은 이덕봉(한국자연보존협회 회장)·오재길(정농회회장)씨등 78명.
『농업은 경제적인 공리성을 초월하여 자연에 바탕을 둔 인간생명의 양육산업』이라고 자연농업연구회의 발기취지문은 밝힌다.
농약과 화학비료의 해독은 이미 알려진 이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6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농약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67년에 kg당 4.32kg이던 것이 73년에는 16.24kg으로 무려 3백75.9%가 증가했다.
같은기간 미국·일본·서독등 외국이 평균 21.5%감소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번 쓴 농약은 해충에 저항성을 키워 약료가 떨어지고 더 독한 농약을 쓰지않으면 안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자연농법·유기농법운동은 일차로 이런 농약을 추방한다. 다음으로 화학비료를 버린다. 대신 퇴비와 같은 유기질비료로 지력을 북돋고 병충해에 견디도록 강한 농작물을 기른다. 화학비료를 쓰지않으면 식물이 강해지고 농약을 쓰지않으니 해충을 잡아먹는 천적들이 번져 자연방제가 된다.
자연농업연구회는 지난해에 서울하일동에 4천평규모의 농장을 마련해 유기농법으로 첫농사를 지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았다. 쌀은 물론 무·배추·상치·오이·당근등 각종 채소를 고루 경작했다.
이를 서울에서 시판했다. 수송비·포장비등 때문에 타산을 맞추지는 못했지만 기대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보여 배추·상치는 오히려 달렸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3백여명의 회원들이 자연농법의 생산물을 내게되면 새해에는 어느정도 대중보급에도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식량자급」의 목표에 역행하는것처럼 오해하는 농정당국의 몰이해가 가장 큰 장애입니다.』 자연농업연구회 관계자는 그동안 회원들이 10여년에 걸쳐 시험한 자연농법의 결과는 「감수」가 아니라 「증수」로 나타났다고 했다.
「밝은 농촌」「조용한 녹색혁명」의 불길이 「식량자급」의 양적인 차원을 넘어 질적인 성장을 기약하고있다.[문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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