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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사단 코앞서 발사 현지지도 … 김정은 '방사포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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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자 1·2·3면에 걸쳐 전날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강원도 최전방 171군부대 현지지도 사진 21장을 게재했다. 이 부대는 지난달 21일 임모 병장이 동료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 발생한 동부전선 22사단과 휴전선을 사이에 둔, 북한의 최전방 부대다.

 북한은 14일 오전 11시43분 휴전선에서 불과 3.5㎞ 떨어진 강원도 고성군 구선봉 일대에서 해안포와 방사포(다연장로켓) 120여 발을 발사하기도 했다. 노동신문에는 김정은이 이곳에서 쌍안경을 들고 발사장면을 지휘하는 사진도 실렸다. 휴전선 코앞에까지 나와 군사지도를 하는 장면을 연출한 셈이다. 노동신문은 또 북한에서 보이는 우리 군의 초소나 철책 사진도 실었다. 김정은이 우리 군 진지에 대한 공격과 관련한 지시를 한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방사포가 남북을 연결하는 철도 레일 옆에서 발사하는 장면까지 공개했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북한 관영매체에 실리는 사진들은 철저한 사전검열을 한 것들”이라며 “북한이 엄선한 사진들은 우리 측에 보내는 모종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김정은이 현장에 있는 사진을 의도적으로 배치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뭘까.

 한 발에 50억원에 달하는 미사일과 방사포 등을 동원해 대내 결속과 대외 압박을 염두에 둔 ‘미사폴리틱스’(미사일+정치학)라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선 나온다. 전 교수는 “군사적 목적보다는 대내적으로 군사력을 과시하고 대외적으로는 무력시위를 하는, 정치적 색채가 짙은 언론플레이”라며 “일종의 미사폴리틱스”라고 분석했다.

 실제 일본 지지(時事)통신도 강석주 북한 노동당 비서가 지난 10일 방북했던 안토니오 이노키(猪木?至) 참의원 의원(전 프로레슬러) 일행에게 “한국과 미국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미사일을 쐈다”고 설명했다고 15일 보도했다.

 북한의 ‘미사폴리틱스’는 근래 들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10일자 노동신문도 북한이 황해도 평산에서 전날 실시한 스커드-C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어둠 속에서 발사 장면을 지켜보는 장면이 포함됐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무기 발사 장면은 성능을 분석하는 자료가 될 수도 있어 가급적 공개를 하지 않는다”며 “스커드 미사일 발사 장면 공개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원산 미사일 발사도 다음날 노동신문에 나왔다. 다만 개성공단 인근에서 쏜 스커드 미사일 발사(13일) 장면은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하지 않았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은 열악한 경제사정으로 인해 고가의 신형 무기 교체가 어렵다”며 “수백 발을 생산해 놓은 미사일과 쉽게 생산할 수 있는 방사포로 군사능력을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일이나 1분에 수십 발이 발사되는 방사포에서 뿜어내는 화염의 시각적 효과로, 남한을 공격할 경우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담긴 심리전인 셈이다. 그러나 최고지도자를 신처럼 받드는 북한 체제의 속성상 대내적 결속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국제사회를 향한 ‘미사폴리틱스’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용수 기자, 도쿄=김현기 특파원

사진 설명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지난 14일 동해안 휴전선 인근에서 실시한 포사격 훈련을 현지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15일 보도했다. 북한 군인들이 휴전선에서 3.5㎞ 떨어진 구선봉 봉우리에서 동해를 향해 방사포(다연장 로켓)를 발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발사현장 남서쪽에 마련된 진지에서 발사 장면을 지켜보는 가운데 포탄이 동해 북방한계선 인근에 떨어지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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