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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언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일본이 한국을 병합하고 다시 중국을 탐내다니 어림없는 일입니다. 그 두 나라를 지배하기엔 문화적 배경이 너무 약해요. 일본은 그들을 담을 만한 그릇이 못되고 소화해낼 힘도 없읍니다.』-중일전쟁이 한창이던 때 양심적인 어느 일본지식인이 영국기자에게 한말이다.
요즘 일본의 신문철을 뒤적이다보면 그 말이 다시 생각난다.
최근의 한국사상에 관한 일본신문들의 기사를 보면 지난 10월 부산·마산 사태, 10·26사건과 12·12사태에 관해 근거 없고 무책임하게 마음대로 쓴 통에 입이 막 벌어질 지경이다.
물론 미국의 어느 무명신문의 기사를 전재했거나 좌담회에 나온 이른바 「한국문제의 권위」들이 한 얘기지만 수십명의 특파원과 공관원, 그리고 수천명의 상사원을 한국에 상주시키고 있는 일본의 언론치고는 어이없는 일이다.
조그마한 사실을 침소봉대하는 과장보도, 뜬소문을 기사화하는 선동적인 자세, 억지로 자기네의 일방적 논리에 뜯어 맞추려는 견강부회식의 해설과 논평을 보면 일본사람들의 무례한 한국관 같은게 손끝에 잡히는 것 같기도 하다.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독자의 구미에 더 신경을 쓰는 듯한 보도자세엔 보통 참을성 가지고는 비판의 말문도 막혀버린다.
자세히 검토하고 깊이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는 동양지식인의 기본자세가 일본엔 없는 것인가.
일본신문은 하루 36면(조간 24면·석간 12면)씩 최고 8백만부까지 발행된다. 양적으로 세계 제일일 뿐 아니라 역사도 1백년쯤 된다.
백악관과 국무성시절의 「키신저」는 일본신문인들을 바보취급하는 걸 큰 낙으로 삼았다. 구미지식인들의 눈에 비치는 일본언론은 소의 황색신문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모양이다. 경제적인 국력으로는 세계에서 세째가라면 서러워할 일본이 「이란」에서, 미국에서, 「유럽」에서, 동남아에서 발길질을 당하는 것도 한국관계 보도나 미·「이란」관계 악화를 틈탄 석유매점 같은데서 발휘되는 「일본적 기질」 때문이 아닌가 싶다. <구종고 외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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