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 첫날, 당·청관계 시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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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고 새누리당 황우여(67·인천) 의원을 새 후보자로 지명했다. 신설된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에는 정진철(59·충남) 전 중앙인사위원회 인사정책국장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경옥 안전행정부 제2차관 후임에는 이성호(60·충북) 전 국방대학교 총장을 각각 내정했다.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래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기는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국회에 청문보고서를 보내달라고 다시 요청했다. 송부 시한을 이날 자정까지로 정해 사실상 임명 강행 수순에 들어갔다. 정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위증 논란에 휩싸였고 정회 중 ‘폭탄주 식사’ 의혹이 제기돼 야당은 임명 철회를 요구해왔다. 새누리당과 청와대 내에도 부정적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는 국회가 이날 자정까지 보고서를 다시 보내지 않을 경우 이르면 16일 정 후보자를 포함한 장관 7명에 대한 임명을 강행해 제2기 내각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침에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정 후보자 임명 강행은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는 “재요청 시한을 자정으로 정한 것은 야당의 의사와 상관없이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것으로 이 사태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김 부대표는 황 후보자 임명에 대해서도 “교육 전문가도 아닌 청문회 통과용”이라고 힐난했다.

 박 대통령과 야당이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새누리호 선장’이 된 김무성 신임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임명 강행에 대한 여론이 차가운 데다 국회 운영의 파트너인 야당의 반발을 어떻게 수습할 것이냐는 난제를 김 대표가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정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이 임박한 7·30 재·보궐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여권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수평적 당·청 관계를 강조했고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당장 이날 낮 청와대에서 있었던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 오찬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정 후보자 임명 강행 등 인선 구상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당 지도부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황우여 후보자 지명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아 김 대표 등 지도부는 당에 돌아간 뒤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지명 사실을 알게 됐다. 오찬에서 김무성 대표는 “인사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있는 것 같다”고만 했고 박 대통령은 별도의 언급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제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적폐를 없애고 하려는 게 나라와 역사를 위해서지 사심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며 “그런데 야당은 (인사와 관련해) 비판을 하는데 여당은 그러면 안 되지 않나. 도와달라”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회동에서 박 대통령이 김·정 후보자에 대한 당의 의견을 묻지 않고 황우여 후보자 지명 사실도 귀띔하지 않은 것은 인사는 대통령 방식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당장 여론이 좋지 않고 야당의 반발이 심한 상황에서 김 대표가 당·청 관계를 어떻게 형성할지 시험대에 놓인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신용호·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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