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해외여행 '꼼수 가격'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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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중학교 교사 김명경(28)씨는 저렴하게 나온 패키지 해외여행을 발견하고선 여름방학에 가려고 결정했다. 그러다 애매한 문구에 마음이 흔들렸다. 방콕·파타야 4일 여행상품엔 ‘가이드팁 및 운전기사 경비 현지 지불’, 다른 여행사의 상품에는 ‘필수옵션관광 80달러’ ‘현지 매너팁 별도’란 구절이 눈에 띄었다. 김씨는 “이런 저런 비용을 현지에서 지불하게 해 마치 저렴한 것처럼 위장한 상품이 의외로 많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런 ‘눈 가리고 아웅’식 여행상품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행 일정과 비용을 통일된 문구로 표시하는 표준안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한국관광공사·여행업협회는 15일부터 12개 대형 여행사와 함께 ‘국외 여행상품 정보제공 표준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참여 여행사는 내일투어·노랑풍선·레드캡투어·롯데관광·모두투어·(주)세중·여행박사·참좋은여행·투어2000·하나투어·한진관광·현대드림투어다.

 표준안에 따르면 모호하게 표현된 여행정보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문구로 바꿔야 한다. ‘필수옵션관광’이라는 애매한 말 대신 해당 비용을 여행상품 가격에 반영하고, ‘1인당 $00의 가이드·기사팁이 권장됩니다’라는 문구 대신 ‘1인당 전 일정 $00의 가이드·기사 경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표기해야 한다. 선택관광은 ‘현지에서 선택관광 참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에서 ‘선택관광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추가비용이나 일정상 불이익 없습니다’로 바뀐다. 또 선택관광을 하지 않을 경우 대체일정(대기시간, 장소, 가이드 동행여부)을 미리 고지하도록 했다.

 숙소 역시 사전에 명확히 알려야 한다. ‘3성급 호텔 혹은 동급에 투숙할 예정’이라고 하면 안되고 ‘00호텔, 000호텔, 0000호텔 중 결정됩니다’ 혹은 ‘숙박시설은 00호텔입니다’로 상세하고 명확하게 기재하도록 규정했다. 표준안은 또 현지 쇼핑 횟수와 품목, 장소, 소요시간과 환불 여부를 명확히 제공하고, 실제 여행지의 안전정보를 구체적으로 고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장은경 서비스조사팀은 “참여 여행사들이 표준안을 제대로 시행하는지 보기 위해 온라인과 현지 실태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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