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구성한 河씨 사건] 납치 30분만에 공기총 6발 쏴 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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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河씨 납치.살해사건에 대해 경기경찰청 관계자는 "딸과 사위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빚어낸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河씨 납치.감금 교사죄로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尹모(58)여인은 1999년 말 자신의 딸과 결혼한 판사 사위가 이종사촌인 河씨를 계속 만난다고 의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尹여인은 河씨는 물론 河씨 가족들에게 찾아가거나 전화를 걸어 갖은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尹여인이 이종사촌인 두 사람을 불륜관계로 의심하자 河씨 가족은 尹여인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발단=尹여인이 자신의 사위와 숨진 河씨를 불륜관계로 의심하고 있었던 2000년 3월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자리에서 사위의 휴대전화로 여성의 전화가 걸려왔다.

젊은 여자의 목소리를 들은 尹여인이 "누구 전화냐"고 다그치자 사위는 엉겁결에 河씨라고 대답, 尹여인은 불륜관계를 확신하기 시작했다. 경찰조사 결과 당시 전화는 河씨와는 무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尹여인은 2001년 9월 조카 尹모(41)씨와 현직 경찰관인 李모(54)씨를 비롯해 무려 7명의 전.현직 경찰관 등 20여명을 많게는 7백만원씩 주고 고용했다.

◆河씨 가족과 갈등=尹여인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추적당할 것을 우려해 친구 등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구입한 뒤 수십 차례 河씨 측에 협박성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참다못한 河씨의 아버지(58)는 2001년 4월 尹여인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 법원은 尹여인에게 접근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범행=尹씨와 주범 金씨는 사건 당일 수영장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선 河씨를 승합차에 태운 뒤 곧바로 하남시 검단산으로 데려가 공기총 6발을 쏘아 살해했다.

납치한 지 불과 30여분 만이었다. 金씨 등은 이날 오전 9시쯤 尹여인에게 공중전화를 걸어 "성공했다"며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열흘 뒤 河씨 시체가 검단산에서 발견되고 경찰 수사망이 좁혀지자 尹여인은 조카 尹씨에게 베트남으로, 金씨에게는 홍콩으로 각각 도피하도록 강력히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로 도피했던 尹.金씨는 지난해 7월 중국에서 다시 만나 눈.코 등을 성형수술하고 위조여권을 만들어 숨어 지내왔으나 지난달 25일 중국 공안원에게 붙잡혀 지난 11일 국내로 송환됐다.

광주=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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