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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즈네프」의 분통 터뜨린 소련경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 11월27일의 소련공산당 중앙회총회와 28∼30일의 제10기 제2회기 최고회의에서는 농산물생산은 물론 광공업생산마저 큰 부진상을 면치 못했다고 솔직히 공표됐다.
이로써 내년도에 끝나는 제10차 5개년 계획도 결국 실패로 끝나게 될 것이라는 평가다.
일지가 보도한 올 소련경제동향에 따르면 곡물생산량은 작년(2억3천7백만t)보다 25%나 감소한 1억7천9백만t을 기록했다.
이는 75년의 1억4천만t 이래의 대흉작이다. 광공업 생산에서는 강제·석탄·석유·화학비료·합성수지·일부 비철금속제지 등 주요광·공산품 생산이 모두 계획보다 훨씬 미달했다.
소련이 「대포보다 빵」 생산을 강조한 것은 70년대 초반이었다. 민생증시의 정책으로 전환, 국방비 삭감, 소비재산업 육성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다. 그러나 국방예산은 좀처럼 줄어들 여지를 보이지 않았고 70년대 중반에 들어서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생산재산업을 중친하는 정책으로 환원됐다.
이 같은 정책환원에도 불구하고 올 광·공산품은 목표 5.7%를 훨씬 밑도는 3.6% 증산에 머물렀다. 소련은 다시 생활수준 향상을 희구하고있는 일반 민심을 고려, 내년에는 생산재 소비재산업 모두 같은 수준인 4.5%의 증산을 계획하기도 했다.
「브레즈네프」 당서기장 자신도 지적했듯이 철강제품은 『질이 개선되지 않고 수요가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 화학비료는 『거액을 들여 대형공장을 짓기는 했지만 생산량은 생산능력을 훨씬 밑돌고 있다.』
경제활동에 탄력을 불어넣기 위해 66년부터는 자본주의 경제의 「이윤」을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직장 규율」 「관리체제 합리화」 「기술혁신」 등의 「슬로건」도 열심히 강조했다.
그러나 올 노동생산성 상승율은 볼과 2.5% 수준에 그쳤다. 이는 목표 4.7%의 절반 수준이다. 이 같은 소련 경제의 부진상은 결국『당관료에 의한 중앙집권적인 계획경제체제 그 자체가 이미 한계에 이르렀음을 뜻하는 것』(조일신문)인지도 모른다.
소련경제는 이미 이윤이나 「기술혁신」으로 해결될 관계를 넘어선 것이라는 평가다. 중공업과 경공업 및 부품공업간의 극심한 불균형, 기술혁신의 성과를 흡수·소화할 수 없는 기업관리체제, 그리고 중앙집권적인 관료주의의 병폐로 권력구조와 통치기구가 노후화·경직화되어 이제는 사회주의 제도의 당위성이라는 말조차 입밖에 꺼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브레즈네프」는 최근 11명의 소련 경제각료들 개개인을 전후 최초로 공개 비난함으로써 침체에 빠진 소련경제에 대한 국민의 비난의 화살을 다른데로 돌리는 한편 병중인 「코시긴」에 대해 그 책임을 씌워 정치적 공격을 가했다. 「브레즈네프」는 경제의 침체는 경제 각료의 방심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유사시에는 단호하게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광열상 「타라소프」나 무역상 「스트루이에프」 등 경제각료가 당의 새력 기반이 없는 인물이기 때문에 희생물이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브」의 비난은 경제각료 출신인 「코시긴」의 세력약화를 겨냥한 것으로 「모스크바」에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동경=김두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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