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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산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병상 2년. 팔·다리가 마비되고 기억력이 흐려간다. 산업재해로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보는 복합「가스」증독증세의 환자들-. 강원도 석공장생병원에2년째 입원중인 광부신재규씨(45) 는 사상최대 규모였던 석공 장생광업소 수갱화재사고의 가장 비극적인 희생자의 한사람이다.
77년11월16일 장생광업소 수갱화재의 부장광부는 2백12명. 이중1백36명이 신씨와같은 복합 「가스」 중독증세에 걸렸었다. 수직갱1천1백20m의 갱내에서1시간에서 35시간씩 갇혀 각종 유독 「가스」 를 마신때문. 팔·다리마비, 식욕부진, 기억상실증, 성불구등 증세를 나타냈다.
신씨등 4명의 광부는 아직도 장생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있다. 거의 불구의 몸이 된60여명은 보상금을 받고 광산을떠났다. 24명은 집에서 통원치료를 하며 20명은 민사소송을 냈다. 모두 육체노동자로서의 신체조건을 상실한 사람들이다.
신씨는 당시 사고가나자 구조대로 들어갔다 되려 질식해희생자가 됐다.
신씨의 긴 병상생활로 집안형편은 말이 아니다.
평균임금의 60%인 유업급여12만원으로는 장남동국군(20·전문교2년)등 5남매의 학비도 안됐다. 광부생활 11년간 모은 2백70만원의 목돈을 그동안 모두 날리고 오히려 3백만원의 빚까지 안았다.
그런가운데도 건강을 되찾겠다는 신씨의 의지는 오히려 강해만 간다. 그러나 몸은 마비 현상에 간기능·소화장애 까지 겹쳐 회복의 가능성은 거의없다.
70년대에 들어 가속화되는 성장속에 산업재해의 규모는 대형화됐다. 광산사고만해도 광부10명이상이 일시에 숨진 사고는 50년대에는 단1건(영월광업소·13명사망)뿐이었으나 70년대에는 20, 30명씩 한꺼번에희생된 대형참사가 9건이나 된다.
산업재해는 70년대에 급격히증가해 10년사이에 4배나 늘었다. ▲재해건수는 70년에 3만5천3백89건이었으나 78년에무려 13만8천1백82건으로 4배 증가했다. ▲재해자수는 70년에 3만7천7백52명이던 것이 78년에 13만9천2백42명으로 3.6배▲사망자는 70년6백39명에서 78년 1천2백74명으로 2배 늘었다.
산업재해의 증가의 으뜸원인은 재해예방을 위한 안전시실의 투자가 제대로 되지않은 때문이었다. 이밖에▲근로시간 과중▲안전관리자의 부족▲기계등낡은 시설의 계속사용▲근로자의휴식·휴가의 불충분등이원인이다.
안전관계자들온 산업재해를 줄이기위해 미·일과같은「산업안전법」을 당장 제정해야한다고했다.
▲사업장에서 노·사가 함께 산업안전위원회를 구성하고▲행정당국이 정기적으로 기계성능검사를 실시하며▲안전진단원제도를 만들어 재해다발사업장에대한 진단을 실시하여 시설개수명령을 내리는 권한을 부여하는등 제도를 법제화한다는것이다.

<임재걸·탁경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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