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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라이벌] 라이브 카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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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수려한 풍광을 배경으로 추억 속의 아련한 생음악이 흐르는 라이브 카페촌-.

서울 근교의 한강.철길.호수변에 잇따라 생겨난 라이브 카페들이 중년세대를 사로잡고 있다. 통기타의 애틋한 선율 속에서 옛 추억에 잠기거나, 강하고 신나는 로큰롤 박자에 맞춰 생활의 리듬을 되찾아 보자. 사전에 공연 스케줄을 체크한 뒤 자동차로 30분 남짓 달리면 답답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 지방 팬들 단체 상경도

◆풍동 애니골=일산 신도시와 맞닿아 있어 서울 도심과 가깝다는 점이 장점이다. 서울역과 신촌역에서 교외선 열차를 타고 35~45분간 달려 백마역에 내린 뒤 20분 정도 걸으면 닿을 수 있다.

"눈물을 닦아요 그리고 날 봐요/우는 마음 아프지만 내 마음도 아프다오."

12일 오후 8시20분쯤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풍동 애니골 카페촌 내 '쉘부르'. 1970년대 인기 가수인 홍민씨가 자신의 히트곡 '고별'을 불렀다.

청바지에 T셔츠 차림으로 지그시 눈을 감은 채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에서 시계추는 20~30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다. 이곳은 70, 80년대 국내 통기타 라이브 카페의 메카였던 서울 명동의 '쉘부르'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추억 속의 통기타 가수와 언더그라운드 음악으로 인기를 끌던 가수들이 매일 30~40분씩 고정 출연한다. 남궁옥분.유익종.이태원.우순실.강은철.하남석.소리새.강승모.한승기씨 등이 나온다.

가수나 팬의 얼굴엔 흘러간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다. 40여명 청중 대다수는 40~50대 중장년층이다. 요즘에는 입소문이 나면서 지방 팬들이 관광버스를 전세내 단체로 공연을 보러 오기도 한다.

주변에 일산 호수공원.서오릉.서삼릉 등이 있어 주말이나 휴일에는 나들이를 겸해 카페촌을 찾는 가족.연인이 많다.

◆한강변 미사리='라이브 카페촌'의 원조이자 대명사격이다. 올림픽도로를 타고 서울에서 팔당대교 방면으로 달리다 하남시로 접어들면 한강조정경기장에서 팔당대교까지 5㎞ 가량의 도로변이 라이브 카페촌을 이루고 있다.

6년 전에 통기타 라이브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해 현재 50여개에 이른다. 거리를 따라 늘어선 간판에는 그 카페에서 노래하는 옛 유명 가수들의 사진과 이름이 걸려 있다.

송창식.남진.혜은이.민해경.이용.김수희.태진아.임주리.위일청.진미령.김성환.길은정.해바라기.윤시내.전인권.박상민.조정현…. 한 때 쟁쟁했던 가수들이 이 일대에서 활동한다.

*** 록.댄스곡 등 장르 다양

미사리 카페들은 통기타.트로트.록.댄스곡.성인 가요.90년대 가요 등 장르별로 전문화돼 관객들은 취향에 따라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

가수들은 통기타와 피아노를 치거나 밴드 혹은 CD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카페 마다 최신 음향기기와 무대시설을 갖추고 있어 좁은 실내에서도 대형 공연장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하사와 병장'출신 가수 이경우씨는 "가수와 팬들이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를 부르는 라이브 카페가 새로운 문화 명소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주부 김아영(43.서울 송파구 오금동)씨는 "큰 부담없이 차나 맥주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면서 옛 추억에 빠져드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백운호수 카페촌=경기도 의왕시 학의동 청계산 자락 백운호수 주변에는 이국적 분위기의 카페들이 몰려 있다. 의왕~과천간 고속도로 부근이다.

드라마.영화.잡지 화보 촬영장소로 잘 알려진 '리스캐빈'. 호수를 굽어보는 이 카페의 오후 1시30분~오전 2시 라이브 무대에는 갯바위.가슴앓이 등을 부른 양하영씨 등과 언더그라운드의 가수들이 번갈아 출연한다.

호수 주변에는 음악성이 뛰어난 무명 통기타 가수들의 잔잔한 노래 선율 속에 토속적인 먹거리를 내놓는 라이브 카페들이 군데군데 있다.

주부 이소연(41.서울 강남구 신사동)씨는 "계절마다 새로운 풍경화를 보는 느낌"이라며 "그림 같은 카페에서 은은한 통기타 소리를 들으러 동네 주부들과 백운호수 주변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 창밖엔 물안개 잠긴 호수

주변에는 볼거리도 많다. 철도 관련 물품 2천6백70점이 전시돼 우리나라 철도 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철도박물관(031-461-3610)이 있고 인덕원 네거리에서 서울방향으로 2km 거리에는 수도권 최대 규모인 과천화훼단지와 수목전시장(5천여평)이 있다.

정찬민.전익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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