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평준화의 반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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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과외공부문제가 우리나라 교육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각된지는 이미 오랜된 일이다.
대학입시를 앞둔 고교생은 물론 국민학교 저학년에까지 파고든 과외 열풍은 해가 갈수륵 늘면 늘었지 줄지않고 있는것이 숨길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이같은 현상은 이른바 중·고교 평준화작업이 추진되면서 오히려 격화되어, 연간 5천억원이 넘는 과외비 지출에서 상징되듯 과외망국론이 운위될 정도의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 모든 병폐는 요컨대 모든 학교가 평준화의 명분아래 학생·학부모들의 불신을 받게 된데서 유래한 것이다.
물론, 따지고보면 과외열풍은 그 자체를 나무랄 수 없는 필연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성적이 부진한 아동의 공부에 대한 적응력 향상을 위한 추가지도나 예능계통의 특기교육을 위한 개인지도등은 교육적인 면에서도 권장되면 되었지 하등 금지해야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입시를 위한 과외공부도 마찬가지다. 좀더 좋은 학교를 나와 사회에 진출하려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런 욕구이며 이에 따른 자유 경쟁은 개인이나 사회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면이 없지 않다.
고교평준화가 이룩된 지역일수록 대학입시를 위한 과외열이 더욱 불붙은 것은 이런 점에서 당연한 추세라 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과중한 학업부담을 덜어주고 동등한 교육여건하에서의 동등한 질의 교육을 한다는 명분아래 착수된 평준화작업이 자초한「딜레마」가 다름아닌 과외열기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념상의 관점에서는 물론, 현실적으로도 교사의 질 문제서부터 학교의 시설에 이르기까지 도시 부가능한 이른바 평준화정책때문에 고교평준화 정책은 어차피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던 것이다.
박찬현 문교부장관이 지난주 국회에서 농촌지역에서의 평준화실시 작업보루를 천명한것은 이러한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문교당국이 74년이래 억제해왔던 사설입시학원의 신규허가와 정원증원을 내년부터 완화할 방침을 세운 것도 음성화된 악성과외를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기위한 노력이란 절명이다.
막대한 과외비지출, 사회계층간의 위화감심화등 부정적 측면을 아무리 강조한다해도 요즘의 과열과외현상은 폭발적인 교육수요를 소화하기에는 너무나 좁은 대학문, 고교졸업장만으로는 변변한 취직도 못한다는 학벌위주의 사회풍조등 복합적 요인을 안고 있기 때문에 한두가지 시책만으로 시정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학교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낳게 할만큼 빗나간 과외공부를 정상화시키는 길은 중·고교평준화를 포함한 전반적인 학제와 관련하여 그 시정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겠다는 것을 막을 이유와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는 것이다. 모 학생들에 학력차가 있는것처럼 학교간에 특성이나 차이가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을 인위적으로 「평준화」한다고 관이 사학에 대해 지나친 개입과 간섭을 함으로써 교육의 본질을 왜곡시킨면조차 없지 않았다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요즘 시국수습과 관련, 학원의 자율성 확대문제가 활발히 거론되고 있거니와, 이 자율성은 비단 대학뿐 아니고 중·고교에도 적용되어 학사운영의 자율성 회복과 사학이 갖고있는 특성을 되살리는데까지 이르러야 비로소 정도라할 수 있다.
과외수업의 부작용제거, 사학의 자율성회복등과 관련해서 정부는 평준화시책이 안고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성찰을 통해 교육제도 전반에 걸친 재검토작업을 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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