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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재즈'를 맛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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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서울서 제법 이름이 알려진 재즈 클럽을 간혹 들러 본 이라면 그녀를 한번 쯤 마주쳤을지 모른다. 홀쭉한 몸매에 허리까지 닿는 긴 머리, 무대에 설 때까지는 꽉 다문 입술이 고집스럽게 보이는 얼굴.

일단 연주가 시작되면 그녀는 별 표정도 없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허스키한 저음에 자유롭게 구사하는 스캣(노랫말 대신 의미없는 음절을 읊듯이 흥얼거리는 가창 기법) 솜씨가 일품이다. 그녀가 '말로'(30. 옛 예명은 '정말로'.사진)라 불리는 재즈 보컬리스트다.

최근 그녀가 '말로 3'이라는 음반을 선보였다. 대부분 영어로 된 정통 재즈 곡들을 불러온 그녀가 과연 어떤 곡들을 불렀을까. 이 음반은 재즈에만 매달려 온 그녀의 음악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일반 가요와는 사뭇 다른, 신선한 노래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말로는 이번 음반에 수록된 열 곡(나머지 두 곡은 리메이크)을 직접 작곡(작사 이주엽)하고 프로듀싱까지 맡았다.

지인의 소개로 작사가 이주엽씨가 쓴 시(詩)를 접한 순간 "곡이 나올 수 있겠구나"하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그녀는 "시를 읽으면 풍경이 떠오르고, 그 풍경에서 멜로디를 얻어 곡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멜로디를 빚어내고 자신의 목소리를 악기 삼아 연주하는 그녀의 솜씨는 '벚꽃 지네'라는 곡에서 유난히 반짝인다. 눈내리듯 벚꽃이 지는 풍경이 떠오르는 노랫말을 보사노바 특유의 리듬으로, '오지 못할 날들'에 대한 서글픔을 덤덤한 목소리로 불렀다.

'어머니 우시네'는 기타와 피아노, 베이스, 드럼이 잘 어우러진 블루스로 소화했는가 하면, '저 바람은'은 신나는 펑키 리듬으로 힘있는 보컬 실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대학(경희대 물리학과)시절 제5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은상을 수상한 그녀는 버클리 음대를 다니다 '돈이 아까워서' 휴학했다. 현재 '올 댓 재즈' 등 3개 재즈 클럽에서 거의 매일 노래를 부르며, 동아방송대와 숭실대 실용음악과 등에서 재즈 보컬을 강의하고 있다.

글=이은주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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