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잡기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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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어느날 갑자기 수만마리의 쥐가 마을을 습격하여 음식이란 음식은 모두 갉아먹었다.
1824년에 「하메른」시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동화작가「그림」은 이것을 소재로 해서『「하메른」의 피리사』라는 동화를 썼다. 「브라우닝」은 시를 쓰기도 했다.
현재에도 쥐때의 습격은 가끔있다. 불과 몇해전에도 「뉴기니」에서 큰 쥐의 대군이 나타나 한해 농작을 모두 결딴냈다. 심지어는 사람에게까지 덤벼들어 겁에 질린 사람들이 마을 밖으로 도망친 일까지 있다.
「오스트레일리아」공군이 급기야 고양이 대군을 공수하여 낙하산으로 내려보냈다. 그러나 이 묘군부대는 쥐들에게 모조리 「전사」당하고 말았다.
흔히 『쥐새끼같은 놈』이라는 말은 남을 경멸할때 쓴다. 『쥐방울만한 놈』이라면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이라는 뜻이다.
요새 쥐는 다르다. 크고 흉악하기 짝이 없다. 「유엔」세계보건기구의 발표로는 미국에서도 매년 1만4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쥐에 물려 다치거나 죽고 있다한다. 인도의 「봄베이」에선 사상자가 매년 2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림」의 동화에서는 이상한 청년의 피리소리를 따라 쥐들이 항진하여 모두 강물에 빠져 죽는다.
옛 쥐는 어수룩했던게 틀림없다.「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제3막에 보면「쥐잡기」전문업자가 등장한다.
그때의 쥐잡기수법은 매우 간단했다.
하나 요새 쥐는 다르다. 피리소리에 현혹될 만큼 어수룩한 귀는 하나도 없다.
얼마전까지 외국에서의 쥐잡기업자들의 주무기는 초음파장치였다. 초음파로 쥐에「스트레스」를 일으키게 하고 식욕부진으로 죽게 하는 것이다.
한동안 이 방법은 「뉴욕」의 5번가나 동경 은좌에서 곧잘 들었다. 그런데 최근엔 이것도 쥐들이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 도시의『쥐새끼들』은 그만큼 배짱도 커지고 낮짝도 두꺼워진 것이다.
그래서 도심지의 쥐들은 날로 늘어만 간다. 워낙 번식력도 강하다. 보통 생후 33일이면 새끼를 낳고 한번에 7마리를 낳는다. 이것들이 한달후면 또 새끼를 낳는다.
특히 요새 도시에는 냉난방이 잘된 고층「빌딩」도 많고 이동이 자유로운 지하도도 많다. 야간에는 이게 모두 무인지대가 된다. 갉아먹을 것도 풍부하다. 단연히 쥐새끼들의 세상이다.
정설론 도심지에는 인구의 2배가 넘는 쥐가 살고있다지만 실제론 그 몇십배가 될지도 모른다.
더우기 쥐는 3,4년을 주기로 해서 늘어난다고 한다. 그게 바로 내년쯤이 된다.
27일 하오6시를 기해 서울 전역이 쥐잡기작전에 들어간다. 아직은 서울의 쥐는 백악관의 대통령집무실까지 드나드는 미국쥐 만큼 간이 크지는 않다. 그러니 이때를 놓치지 말아야한다.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것들은 때를 놓치지 말고 없애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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