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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군단' 4강 진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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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리 군단'에 예선탈락의 아픔을 안기고 8강에 진출한 '바이킹 함대' 스웨덴이 '오렌지 군단'의 물결앞에 무너졌다.

27일 새벽 3시45분(한국시간) 포르투갈 파루룰레 알가르베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04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 8강전에서 네덜란드는 승부차기 끝에 스웨덴을 5-4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길고 길었던 120분간의 혈투에 마침표를 찍은 것은 우리 귀에 익숙한 라르손도 아니였고, 반 니스텔루이도 아닌 20살의 신예 공격수 로벤이었다. 네덜란드의 여섯번째 킥커로 나선 로벤은 꼭 성공해야하는 부담은 안고도 차분하게 골을 성공시켜 팀을 4강으로 견인했다.

경기장의 가득 메운 오렌지 물결에 바이킹 전사들이 위축되었던지, 승부차기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분위기는 네덜란드로 기울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선수들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승부차기 내내 과도한 액션과 기합으로 분위기를 돋구었다. 반면, 스웨덴 선수들은 땅바닥에 주저않아 지친 기력이 역력했다.

결국, 3번째 킥커로 나선 신예 골잡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슛이 골포스트 상단을 훨씬 빗나가며 허공을 갈랐고 네덜란드쪽으로 승부의 추가 일시에 기우는듯했다. 하지만 네덜란드로 4번째 키커로 나선 주장 코쿠의 슛이 왼쪽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며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한번씩의 실축으로 4-4를 이룬 상태에서 스웨덴의 여섯번째 키커로 수비의 핵 멜베르그가 나섰다. 주심의 휘슬과 동시에 성급하다 싶게 찬 볼은 반 데 사르 골키퍼의 품에 그대로 안겼다. 이어서 120분간의 부담을 그대로 안고 들어선 로벤의 슛이 골망을 가르며 경기는 네덜란드의 승리로 끝났다.

스웨덴으로서는 점점 힘이 빠져가던 연장 후반 융베리가 찬 회심의 슛이 골 포스트를 맞고 튕겨나온 장면이 내내 아쉬웠다.

C조 1위로 이탈리아를 잠재우고 8강에 진출했던 스웨덴은 천신만고 끝에 독일을 제치고 8강에 진출한 네덜란드의 경기는 예상대로 조직력과 개인기의 한판 승부였다. 헨릭 라르손과 즐라탄 이므라히모비치를 투 톱으로 내세운 스웨덴은 과감한 중거리슛으로 네덜란드를 위협했고 반 니스텔루이가 원 톱으로 출전한 네덜란드도 좌우에서 넘어온 크로스 패스를 중심으로 스웨덴 골문을 공략했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는 달리 전반전부터 양팀의 탐색전이 심했고 연장으로 들어선 이후에는 두 팀 모두 급격히 체력이 저하된 모습을 보이며 8강전의 재미를 반감시켰다. 그나마 극적인 승부차기로 팬들에게 축구의 묘미를 안겨줬다.

4강에 진출한 네덜란드는 7월 1일 리스본에서 개최국 포르투갈과 결승 티켓을 놓고 일전을 벌인다.

Joins.com 금현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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