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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수출, 어떻게 할 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수출목표는 기필코 달성해야지요. 연말에 가서 목표가 어려워지면 외상수출이라도 해서 목표치는 채워야겠지요』수출행정책임자의 말이다.
이처럼 목표달성이 신성시되고 그것을 위해 자원이 집중 투입되었다. 때문에 수출은 눈부신 신장을 했고 그것이 고도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80년대의 내외여건은 이제까지와 같은 집중투입식 수출「드라이브」를 어렵게 할 것이다. 벌써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밖으로는 한국의 집중호우식 수출에 대해 여러규제조처가 가해지고 있으며 안으로는 내수산업과의 불균형이 문제가 되고있다.

<집중호우식 수출에 제동>
경제적 계산에 바탕을둔 수출. 실속 있는 수출, 질서 있는 수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이다. 수출을 집중 지원하는 뜻은 하루빨리 보다 많은 외화를 벌어 없는 공장도 짓고 필요한 물건도 사자는 뜻이다.
수출이 늘어나도 실제로 벌어들이는 외화가 적다면 그것은 수출의 참뜻과 다르다. 수출을 하면 공들인 만큼 본전을 찾아내야 한다.
수출에 주어지는 국민적 지원과 혜택이 다른 부문에 주름을 주는 일도 수출의 참뜻과 다르다. 재정의 할 일은 많은데 언제까지 수출만 보살필 수 없는 것이다. 금융도 수출지원때문에 다른 일을 못하게 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국내에서는 모자라서 값이 오르는 물건까지 굳이 수출해야할 것인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1백50억「달러」가 넘는 수출규모자체가 갖는 전환기적 의미를 깊이 음미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수출은 이제 양 위주에서 내실위주로 전환해야 됩니다. 수출주도형성장은 지속하되 단기적인 당해연도의 수출극대화에 목표를 두기보다는 장기적인 수출극대화에 역점을 두어야합니다. 당해연도 목표에 치중하다보면 지속수출을 위한 잠재력을 잠식하여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손해지요.』

<장기적극대화에 역점 둬야>
박승교수(중앙대)는 새로운 수출정책의 방향을 이렇게 제시하면서 단기적인 안목의 적자수출은 지양할 것을 촉구한다. 수출도 물가·가득률·내수와의 조화 위에서 이루어져야지 수출 하나만을 위주로, 여타의 것은 희생해도 괜찮다는 생각은 불식해야한다는 의견이다.
지나친 수출의욕은 내수와의 불균형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실제로 올 들어 그런 현상이 나타나 일부생필품의 부족현상이 야기되었다.
올해 수출목표를 초과 달성한 모종합상사의 중역은 『수출의 가득률이나 채산성은 현재의 수출정책에서는 큰 문제가 안 된다』고 했다. 외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저리의 수출금융이 힘 이 된다는 것이다.
모상사가 현지판매를 위해 미국에 의상수출을 했으나 물건이 안 팔려 창고를 구입, 창고 값이 올라 적자를「커버」하고 남았다는 사례는 업계의 화제가 되어있다.
지난 73년이후 매년 중장단기수출지원금융실적(연말잔고기준)은 근해 통화량의 절반이상에 해당할 만큼 엄청났다.
수출금융이 75년에는 통화량의 63.7%, 76년에는 57.9%, 77년에는 55.9%로 나타났다.
재원의 한계를 감안하고 안정과 성장의 균형을 위해서는 선별적수출지원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견해(왕연균박사·국제경제연구원수석연구원)가 있다. 왕박사는 과중한 수출지원은 정부재정지출증가로 「인플레」압력을 가중시키고 선별적 지원 없이는 수출업체의 과잉보호를 초래, 투자「패턴」의 왜곡을 유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수출금융도 생산지원체제 또는 사후지원체제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수출경쟁력이란 바로 국민경제의 저력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수출지원은 국민경제체질을 튼튼히 하는 것이 바탕이다. 수출을 첨예하게 늘리기 위해 안정기조를 해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수출기반을 무너뜨리는 것과 같다.

<환율정책도 신축성 있게>
그 동안 안정기반에 힘써온 대만과 「인플레」에 시달린 한국의 수출이 최근 들어 어떤 「패턴」을 보이고 있는가를 비교해 본다면 이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왕박사는 가격자유화·무역자유화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환율정책도 신축성 있게 운용할 것을 권고한다.
80년대의 수출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므로 그에 대응하는 수출전략도 고도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보다 채산이 맞고 보다 수출의 참뜻에 부합하여. 보다 국민에의 혜택을 넓히는 수출로의 체질전환이 진지하게 모색돼야할 때가 온 것이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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